가정법원 "명절 고려 경향…구체적 조건 제시"

며칠 전 부모님에게 이혼 판결이 난 12살과 8살 남매. 3년 전부터 부모님이 별거해 외할아버지댁에서 엄마와 함께 살았지만 이번 추석 연휴에는 아빠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법원이 어머니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인 동시에 양육자로 지정되지 않은 아버지와 자녀가 매년 추석 연휴기간 하루 날을 잡아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할 수 있도록 `면접교섭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이혼한 3살짜리 남자아이가 좀 더 폭넓은 면접교섭권을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아이는 재판부의 직권 판단에 따라 추석 전날 오전 11시30분부터 이튿날 오후 6시까지 1박2일 동안 평소 못 만났던 부모와 지낼 수 있게 됐다.

면접교섭권은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나 어머니와 떨어져 살게 된 미성년 자녀가 평소 잘 만나지 못하는 한쪽 부모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현행 민법상 권리다.

자녀의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위한 배려다.

28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최근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을 고려해 면접교섭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정기적으로' 같은 식으로 주문을 내던 판사들이 바뀐 것이다.

자녀의 학교생활을 염두에 두고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중 시간을 특정해 면접교섭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추석 연휴기간 중 2박3일간 아버지가 아이들의 주거지로 찾아가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장소에서 면접교섭한 후 다시 데려다주는 방식으로'처럼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법원 관계자는 "면접교섭권에 대한 인식과 욕구가 커지면서 명절을 고려하는 등 조건을 충실히 하려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면접교섭은 대개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한 변화"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