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지구라는 농토에 들러 열심히 일하고 돌아가는 20세기 농부의 하루 같은 것이죠. 나도 인생을 성스럽고 훌륭한 작업장으로 가꾸고 싶었습니다.”

은퇴한 90세의 원로 경제인이 27일 건국대에 발전기금 30억원을 쾌척하며 전한 말이다. 건국대는 이날 “한 원로 경제인 가족들이 송희영 총장을 찾아 학교발전에 써달라며 30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건국대를 찾은 가족은 기부자의 아들인 모 상장업체 대표로, 거동이 불편한 부친을 대신해 30억원이 든 통장을 전달했다.

기부자의 자녀들은 기부금을 전달하면서 “아버님께서 평생 바라던 일을 한 것뿐”이라며 “이름과 신상, 사업내용 등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으신다”고 밝혔다. 올해로 구순의 이 원로 경제인은 광복과 6·25를 거치면서 철강 관련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 사업 초창기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인근에서 공장을 짓고 사업을 확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자는 자식들을 통해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고, 일터가 있어야 일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이 기금이 건국대의 특성화된 학문 분야인 부동산학 발전에 의미있게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송 총장은 “건국대와 학문 발전을 위해 거액을 선뜻 기부하신 큰 뜻을 잘 받들어 건국대 구성원 모두가 성(誠,) 신(信), 의(義)의 덕목을 갖춘 인재양성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건국대는 이 기금을 부동산학문 연구를 위한 전용공간을 신축하는 데 사용하기로 하고, 기부자의 아호를 건물명에 남겨 기부자의 뜻이 길이 남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