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 월 149만원)에 미치지 못해 국가의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이 완화된다. 또 취업을 한 기초수급자가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한 공제폭도 확대된다. 일을 해 돈을 벌어도 정부 지원이 크게 줄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3년 복지정책 중점 과제를 발표했다.

◆기초수급자 3만명 늘듯

정부는 빈곤층 보호를 위해 기초수급자 선정 및 부양능력 기준을 완화했다. 주거용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소득환산율)을 현재 4.17%에서 1.04%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예를 들어 소득이 없는 노인 부부가 1억원짜리 집에 살고 있을 경우 일괄적으로 공제해주는 5000만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5000만원의 자산가격에 대해 소득환산이 이뤄진다. 이 경우 4.17%의 환산율을 적용하면 이 부부는 매달 208만5000원(5000만원×4.17%)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금액은 2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월 94만2197원)를 넘는 것이어서 이 부부는 기초수급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환산율이 1.04%로 떨어지면 이 부부의 소득은 월 52만원(5000만원×1.04%)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 부부는 기초수급자로 선정돼 최저생계비와 월소득 환산액의 차이인 44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올해 약 7700만원이던 수급자 기준선(재산 기준)이 내년 1억4700만원으로 올라 1만명 정도가 추가로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복지부는 또 부양 의무자의 부양 능력을 판정할 때 재산에 반영하지 않는 공제액도 높이기로 했다. 대도시는 1억3300만원에서 2억2800만원, 중소 도시는 1억900만원에서 1억3600만원, 농어촌은 1억2000만원에서 1억1600만원으로 각각 높였다. 예를 들어 올해 서울에 사는 노부부(무소득)는 아들이 돈벌이를 못해도 아들 명의로 된 2억원짜리 집이 있으면 기초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주택가격(2억원)에서 공제액(1억3300만원)을 뺀 후, 소득환산율 4.17%를 적용하면 매달 279만원이 소득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부양 의무 자격이 없다는 판정을 받으려면 소득인정액이 양쪽 가구 최저생계비를 합친 금액의 42%(79만원)를 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공제액이 2억원을 넘기 때문에 소득이 아예 없는 것으로 인정받아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다. 복지부는 2만명가량이 부양의무자 재산공제 확대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하는 사람 소득공제 늘리기로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한다. 기초수급자가 일해서 돈을 벌면 내년부터 소득에서 30%를 공제해주기로 했다. 100만원을 벌면 70만원만 번 것으로 인정해 최저생계비와의 격차를 정부가 메워주겠다는 것이다. 또 기초수급자가 돈을 벌어 수급자에서 벗어나더라도 2년간 의료비와 교육비를 계속 지급하기로 했다.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났지만 곧장 의료비와 교육비 부담이 생겨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약 9700가구가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내년 기초생활보장에 8조8483억원, 취약계층 지원에 1조5488억원의 예산을 사용할 계획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