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캠프 좌장' 거론 홍종호 "나는 아니야…경제철학 정리단계"
“경제정책을 총괄한다느니 좌장이니 하는 등의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발족시킨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행사 진행을 맡은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진)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느 정당에서 하듯이 높은 분이 있어서 (정책·공약을) 총괄하는 그런 식이 아니다”며 “(여러 제안을 검토해 정책과 공약으로 수렴해내는 과정을) 누구 하나가 혼자서 다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홍 교수는 이어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더 있다”며 “앞으로 참여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금은 경제 철학과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정하는 단계”라며 “때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개별 사업이나 정책보다도 국가 지도자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일관되게 이끌어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캠프는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정책과 공약을 가다듬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전문가 아웃소싱’ 개념이다. 안 후보는 “지금까지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각자 문제를 바라봤지만 이제는 세상의 중심에 문제를 놓고 분야별 전문가가 모여 함께 해결하는 ‘융합적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며 “(포럼은) 이를 위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정책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도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포럼은 안 후보의) 지지자들 모임이 아니다”며 “그냥 일회성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보수 성향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안 후보 캠프의 경제정책 좌장으로 부각되자 야권 측 인사들의 잇따른 비판에 부담을 느낀 안 후보 측이 당분간 경제정책 총괄 책임자를 정하지 않고 우선 일반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이 전 부총리는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시절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총괄했던 인물”이라며 “안 후보의 개혁적인 이미지와 사실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아무리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한다고 해도 ‘서 말 구슬을 하나의 실로 꿰어야 할’ 정책 좌장이 없을 순 없다”며 “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조만간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