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눈물’로 잘 알려진 20세기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과 1960년대 앤디 워홀의 작품을 포켓사이즈로 축소 복제해 화제를 낳은 리처드 페티본(74)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 전관에서 내달 14일까지 펼쳐지는 ‘리처드 페티본-로이 리히텐슈타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모네의 ‘수련’을 재해석한 리히텐슈타인의 ‘수련’ 연작 10점과 페티본의 작품 90점이 출품됐다. 두 작가의 회화적 만남을 통해 팝아트의 흐름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리히텐슈타인의 ‘수련’ 연작은 격자 무늬와 망점 등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재구성하고 스테인리스 스틸의 차가운 질감을 부각시킨 게 특징.

마네의 ‘수련’ 시리즈가 빛과 풍경에 대한 서정적 감성을 강조했다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은 밝은 색채와 단순화된 형태, 뚜렷한 윤곽선, 기계적인 인쇄로 생긴 점(dot)들로 꽃의 이미지를 되살려냈다. 만화를 회화에 도입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던 그의 작품은 다소 기계적이고 인공적인 화면으로 거듭난다.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갖고 있는 페티본의 팝아트 복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앤디 워홀의 ‘플라워’ 등을 복제한 그의 작품은 ‘차용과 복제’에서 더 나아간 ‘재차용과 재복제’로 포스트 모더니즘적 성향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팝아트는 특정 시기에 갇혀 더는 사용되지 않는 미술 장르가 됐다”며 “리히텐슈타인과 페티본의 작품을 일본의 재팬 팝, 영국의 브릿 팝, 한국의 코리안 팝과 태동 시기, 양태를 비교하며 감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02)3217-621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