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최근 방어주 성격의 중소형주(株)를 주목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전후로 큰 움직임이 없는데다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면서 매수 여력이 줄어든 탓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588억원이 순유출됐다. 지난 13일 이후 일 평균 1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가 이달 들어서만 1조5390억원이 순유출됐다.

이에 펀드매니저들도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우리 행복을 드리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남궁헌 우리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 이상 상승할 여력은 없다는 판단 하에 유동성이 큰 대형주 비중을 낮췄다"며 "반면 방어주 성격의 중소형주 비중을 늘리며 이번 환매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남 펀드매니저는 "전기전자(IT)와 자동차, 화학, 정유 등 경기민감주는 시장이 오를 때 같이 오르고, 내릴 때 같이 내리기 때문"이라며 "통상 코스피가 하락하면 방어주를 주목하기 쉬우나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키움자산운용의 간판펀드 '키움 승부' 펀드를 운용하는 엄준호 펀드매니저도 "자금이 이탈하는 상황에서 대형주들은 추세를 형성하기 어렵고, 외국인들의 자금 동향에 따라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며 "조정 과정에서는 중소형주들이 강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엄 펀드매니저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이 발표된 후 나올만한 이벤트는 다 나왔다"며 "''QE3'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관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수와 유통, 일부 미디어와 게임주 등 경기와 상관 없는 종목이 튄다"고 말했다.

3분기 자산운용사의 분기 수익률 결산일을 앞두고 중소형주를 주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위 '윈도 드레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이달 말 운용사별 평가 시기를 앞두고 대부분 운용사들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플레이하고 있다"며 "때문에 일부 개별종목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도 상품과 판매채널을 다변화해 펀드 환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모 운용사 관계자는 "지금은 성과를 회복하는 펀드를 먼저 환매하기 보다는 장기간 동안 성과가 부진한 '못난이 펀드'를 정리하는 환매의 기술이 필요한 시기"라며 "운용사도 상장지수펀드(ETF)와 자산배분, 해외채권 등 기존의 정통 주식형을 벗어나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