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번번이 2000선에서 미끄지고 있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카드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지수를 더 끌어올릴만한 카드가 없다는 지적이다.

24일 오전 10시32분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74포인트(1.19%) 빠진 1978.63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한 이후 1980~2010선에서 조정을 받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2000선까지는 QE3 등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 모멘텀(동력)으로 작용했지만 그 이상 오르기 위해서는 QE3의 효과가 가시화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QE3 기대로 2000선까지는 올랐는데 이후 과열부담과 QE3 효과에 대한 의구심, 펀드 환매 등으로 인해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다"며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나올만 한 카드들이 다 나왔다는 부분이다"고 분석했다.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이미 사실상 '무제한적인' 경기부양책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약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는 스페인의 유동성 문제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곽 연구원은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여부 등이 일시적인 변수가 될 수는 있다"며 "스페인이 자구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구제금융을 신청해 유동성 우려를 덜어내는 게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은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가 '무제한 국채매입(OMT)'를 결정한 뒤 실제 집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장의 우려를 덜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페인 등 유럽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다면 증시 추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실물경기 회복세가 확인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곽 연구원은 "QE3까지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결국 기업실적과 경기지표 등 실물 경기 회복세가 관건이다"라며 "3분기 기업 실적의 경우 둔화세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면 시장의 불안심리가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지난 두 번의 양적완화(QE1,2)와는 다르게 시장이 유동성 랠리 논리로 움직이고 있지 않고 있다"며 "기업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유동성 랠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라고 판단했다.

3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결국 향후 방향성에 대한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IT 산업을 대표하는 애플의 실적개선세가 관건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페인 등 매크로 변수도 중요하지만 잘 따져봐야 하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 부분"이라며 "애플의 실적 개선세가 중요한 것은 미국의 하반기 소비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