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가 새롭게 내놓은 임대주택정책의 핵심은 싼 부지에 임대주택이나 대학 기숙사를 지어 세입자 부담을 크게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활용하지 않았던 철도부지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워 거기에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토지매입 비용을 크게 낮춰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박 후보 측 생각이다. 새누리당은 현재 시세 기준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의 보증금 및 임대료로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철도 부지에 지은 42.9㎡(13평) 규모의 서울 지역 임대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1500만원과 월 임대료 26만8000원 정도가 예상된다. 이는 월 임대료 77만7000원, 전세보증금 1억4557만원인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다. 보증금 100만원과 월 임대료 18만8000원으로 19.8㎡(6평) 규모 기숙사도 이용할 수 있다. 월 65만원에 달하는 주변 시세보다 부담이 훨씬 낮다.

새누리당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5개소(약 1만가구)를 착공하고, 최종적으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50개소(약 19만가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후 전국 6대 광역시와 대도시지역으로 확대, 모두 20만가구를 공급해 50만명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공사비는 6년간 모두 14조7378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용은 국민주택기금 융자로 충당할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또 약 20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민용 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철도부지가 적고 소음과 진동 때문에 주거의 질이 나빠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세의 30~50%로 저렴한 데다 2~3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전용면적 43~60㎡(13~18평) 크기의 임대주택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20만가구를 지을 수 있고 거주환경이 좋은 수도권 철도부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전문제와 주변 시설과의 연계성 문제도 제기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철도 선로 위에 들어서는 주택의 안전성과 소음, 진동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인근 주택과 아파트 등 주거시설과의 연계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국민주택기금도 논란거리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국민주택기금 37조원 중 사업자(건설자) 융자로 나가는 자금은 10조원 수준이다. 매년 상환과 신규 융자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행복주택 건설비용에 2조4600억원(6년간, 총 14조7000억원)이 나갈 경우 다른 사업자의 국민주택기금 활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병욱/김보형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