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권 측근 비리에 책임…정책 실패도 '멍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새누리당과 언론의 검증 작업이 본격화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시민사회 수석과 비서실장을 두루 지냈던 만큼 당시 권력형 비리와 실정에 대한 책임이 집중적인 검증 대상이다.

○측근 비리 막지 못해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정무특보,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당시 변호인을 맡았던 몇 개월을 제외하면 거의 집권 내내 청와대에 있었던 셈이다. 특히 두 차례나 맡았던 민정수석은 법무부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총괄하는 자리다. 노 전 대통령을 임기 내내 괴롭혔던 각종 권력형 비리와 무관치 않다.

‘봉하대군’으로 불렸던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비리가 대표적이다. 건평씨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04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좋은 학교 나오신 분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라고 말해 수치감을 견디지 못한 남 전 사장이 자살하는 비극을 낳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건평씨는 세종증권 매각 로비에 개입해 2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건평씨가 돈을 받았다는 시점은 2006년 1월로 당시 문 후보는 민정수석이었다. 이 사건으로 건평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동생인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4~5월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수사받을 당시에도 그는 감옥에 있었다. 형기를 10개월 남겨둔 2010년에야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문 후보는 지난해 출간한 ‘문재인의 운명’에서 “첩보를 미리 입수하고도 수사권이 없어 더 파헤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집값 급등, 양극화 심화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당시(2003년 1월~2006년 12월)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31.9%에 달했다. 4.9%에 그쳤던 이명박 정부(2008년 1월~2011년 12월)의 6배가 넘는 수치다. 이 같은 집값 급등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와 양극화 심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문 후보가 현재 ‘부활’을 외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그가 비서실장으로 있던 2007년 4월 적용 대상(자산 규모 6조원 이상→10조원 이상)과 출자 한도(순자산의 25% 이하→40% 이하)가 크게 완화됐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뒤인 2009년 완전히 폐지됐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제한했던 ‘중소기업고유업종’이 단계적으로 해제된 것도 노무현 정부 집권기인 2004~2006년이었다.

당 관계자는 “문 후보가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등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도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반성하고 이를 되돌려 놓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