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국 정부의 車산업 보조금' WTO 제소
롬니 "중국 부정행위 막으려 환율 조작국 지정"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이슈로 '중국 때리기'가 부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17일(현지시간)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행을 이유로 중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도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제ㆍ국방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적수로 떠오른, 또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원흉'으로 국민이 지목하는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표심 잡기에 도움이 된다는 전략을 세운 듯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정부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보조금을 주고 있으며 불공정 보조금 규모가 2009년부터 3년간 10억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30억달러 이상의 관세를 매겨 무역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동차 산업 본거지인 오하이오주(州)를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WTO 제소의 불가피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커 연관 일자리가 85만개에 달하는 오하이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의 초격전지다.

정부 관계자는 앞서 중국 보조금 지급이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자동차 부품의 주문을 중국으로 향하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국제 교역 체계의 원칙과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미국 기업과 노동자가 같은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게 정부가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롬니 후보가 중국을 집중적으로 겨냥하면서 중국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유권자와 국민 정서에 다가가는 등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자 오바마 진영도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은 중국 무역 관행을 감시하는 태스크포스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범정부 조직은 중국이 자국 업계에 직ㆍ간접 보조금을 줘 가격이 낮은 중국산이 범람하면서 미국 관련 업계 일자리가 2001년 이후 '반 토막'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선을 꼭 50일 앞두고 내려진 이번 결정으로 무역을 정치에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WTO 제소가 매우 강력한 조치인데다 최소 2개월 분쟁 조정 협상을 벌여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선 전까지 가시적인 결론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270명 선거인단 확보를 위한 '선거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롬니 후보는 4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을 반대한 이유로 오하이오에서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반발이 불 보듯 뻔해 양국의 무역 분쟁이 한층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7월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반덤핑ㆍ상계관세를 부과하자 WTO에 제소하는 등 올해 들어 이미 두 차례 자동차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양국은 자동차 말고도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철강 실린더, 미국산 닭고기를 놓고도 무역 분쟁을 했다.

롬니 후보도 '중국 때리기'를 계속했다.

롬니 후보 캠프는 최근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 수년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지정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94년 이후 중국을 한 번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오바마 행정부도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을 여섯 차례 거부했다.

롬니 캠프는 "중국은 위안화를 달러화와 비교해 평가절하함으로써 상품 값을 인위적으로 낮춰 미국의 제조업자와 생산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일자리를 없애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롬니 후보와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는 중국으로 하여금 이에 책임을 지게 하고 규칙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상품과 이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세계 시장에서 공평한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롬니 후보 측은 "중국은 페어플레이를 해야 할 시점이고 공화당 팀이 확실히 그렇게 할 것"이라며 "중국의 '부정행위'(cheating)를 끝장낼 수 있도록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롬니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으며 지난달 말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중국 위협론'을 강조해 중국 정부가 "근거 없는 비난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위안화 저평가를 상쇄시킬 수 있는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된다.

물론 중국은 이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이나 롬니 후보 누가 당선되더라도 무역 분야의 미·중 양국 관계는 냉각 상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