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8일 저축은행 경영건전성 강화를 위한 추가 제도개선 방안을 내놨다.

여기엔 저축은행들의 부실경영 유인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의 종합판'을 환골탈태시키려는 조치다.

금융당국은 경영건전성을 높이고자 지난해 `88클럽' 제도 폐지 등 조처를 했다.

이번에는 대주주 자격요건 심사를 강화하고 편법대출을 금지하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낱낱이 드러난 저축은행 비리 백태

지난해 정부는 저축은행 부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착수, 전체 자산규모의 38%에 해당하는 20개 저축은행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 저축은행들의 이면은 추악했다.

저축은행들은 대주주에게 한도를 넘는 대출을 해주려고 금 각종 편법을 동원했다.

대주주들은 회계 분식으로 BIS 비율을 높여 감독기관의 감시를 피하고, 이익을 부풀려 거액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부산계열저축은행은 대주주가 차린 시행사에 대한 채권이 부실화되자 차명으로 7천500억원 상당의 무담보 신용대출을 일으켜 연체이자를 상환하는 등 철저하게 대주주의 사금고 역할을 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수조원대 고객예금을 직접 운영하는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에 불법대출하고서 아파트 건설, 휴양지 개발, 납골당 건설, 선박 투자 등 투기적 사업을 벌였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금융비리는 불법대출 6조315억원, 분식회계 3조353원, 위법배당 112억원 등 총 9조780억원에 달했다.

제일저축은행은 인천과 파주에 아파트 건설과 상가 건설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3곳에 600억원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임직원이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저축은행들은 예금자가 맡긴 돈을 멋대로 운용하다가 대부분 거덜난 탓에 자산가치는 곤두박질 쳤다.

저축은행들은 불법 행위를 무마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이들을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 직원들마저 검은돈에 팔려 비리에 눈을 감았다.

검찰 수사에서 유력 정계인사와 금융당국 직원들이 줄줄이 기소됐다.

◇저축은행 불법행위 원천차단되나

저축은행 사태 직후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부실경영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88클럽'을 먼저 폐지했다.

88클럽 제도는 자기자본 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하 요건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에 한해 법인 대출 때 80억원 이하라는 금액 제한을 해제해준 것을 말한다.

과도한 외형 확대를 억제하고자 대주주 직접 검사제 등을 도입하고 사후 감시 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등에서 미비한 점이 발견돼 금융당국은 이번에 저축은행 건전경영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대주주ㆍ임원의 비리행위 사전예방 ▲편법대출 등 부실은폐 행위 선제 차단 ▲적기시정조치 유예 저축은행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 마련 등이다.

대주주ㆍ임원 요건을 은행 수준으로 강화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수시로 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내부고발 포상금은 5천만원에서 3억으로 대폭 높였다.

저축은행 부실 은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왜곡 등을 목적으로 신용공여 제한규정을 우회적으로 회피하는 편법대출은 금지된다.

차명대출을 막고 비업무용 부동산의 과도한 유입 제한 및 일정기한 내 처분 등을 의무화해 부실 은폐행위를 차단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정책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 등 관계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