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해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무너진 경제를 4년 만에 완전히 치유한 사람은 없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정한 기회, 공정한 책임, 공정한 번영을 토대로 하는 21세기 아메리칸 드림의 비전을 실행할 사람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5일 밤(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타임워너케이블의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는 내가 취임했을 때(1992년)보다 더 어려운 경제를 물려받았다”며 “미국 경제가 활기를 찾고 8.3%에 달하는 실업률을 끌어내리려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회장의 2만여 지지자들은 일제히 ‘4년 더(four more years)’를 외쳤다. 클린턴은 “오바마가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아직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집값은 폭락하는 등 미국 경제가 힘든 것도 사실”이라면서 “오바마도 이런 미국 경제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자동차산업이 살아나고 제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수백만명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며 “4년 전보다 분명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공화당의 미트 롬니 대통령 후보와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에 대해서도 칼날을 겨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450만개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의회의 일자리 창출은 0개였고, 오바마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구제금융을 실시해 25만개 일자리를 만들어냈지만 롬니 후보는 자동차산업 구제금융을 반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건 산수야”라며 셈법만 알아도 오바마를 왜 지지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축소와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는 라이언에 대해선 “보험사들에 보너스를 주려는 것”이라며 “저소득층과 약자를 위한 의료보험이 축소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세금 인하 주장에 대해서도 “세금 인하와 재정적자 감축이 동시에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이건 산수 문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날 연설 시간은 그가 1988년 아칸소 주지사 시절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 대선 후보에 대한 전당대회 지지 연설을 당초 예정시간의 2배 이상인 33분간 이어나가 논란이 됐을 때보다도 긴 48분에 달했다. 대회장에선 박수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클린턴의 연설이 끝난 후 연단 뒤에서 당초 예정에 없던 오바마 대통령이 ‘깜짝 등장’했다. 제42대 대통령이 15세 연하인 44대 현직 대통령에게 크게 머리 숙여 인사한 뒤 포옹하자 대회장 열기는 최고조로 뜨거워졌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노동계, 여성계, 인권단체 인사 등이 대거 연사로 등장해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단결대회를 방불케 했다.

샬럿=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