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요금 산정 또는 인하의 기준이 되는 자료는 공개 대상이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화)는 참여연대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가 산정자료를 공개하라”며 6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고 관련 자료가 공개되면 이동통신요금 산정의 적정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영업비밀 공개는 반시장적”

재판부가 공개하기로 한 자료는 △2005~2011년 5월 사이 이동통신요금 원가 산정을 위한 사업비용 및 투자보수 산정 자료 △이동통신 3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요금 산정 근거자료 △2010~2011년 1월 사이 방통위 전체회의 보고·의결사항 중 관련 내용 △이동통신기기를 이용하는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약관에 대한 신고 및 인가를 평가·심의한 자료 △2011년 SK텔레콤 기본요금 1000원 인하 결정을 발표한 정부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의 구성원과 방통위 및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에게 보고한 내용 등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업비용 및 투자보수 산정 자료 중 영업수익, 통신사업자가 보유한 개별 유형자산, 취득가액, 감가상각비 등은 ‘영업상 비밀’이라며 비공개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동통신 요금 산정 및 요금 인하 논의와 관련된 정보는 대부분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영업비밀 노출 우려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원가 자료를 공개하면 핵심 경영정보를 무방비로 노출하게 된다”며 “민간 기업의 영업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는 것은 전례가 없는 반시장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가 정보에는 투자비, 마케팅비, 네트워크 유지·관리비 등 모든 비용의 구성과 매출에 관한 세밀한 정보가 포함된다”며 “핵심 영업비밀을 경쟁사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으로 기업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문자 1건, 통화 1초, 데이터 1MB 등 세부 항목별 원가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공개 대상 자료는 2005~2011년 2·3세대(G) 통신 서비스에 해당돼 최근 보급이 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와는 관련이 없다.

○통신요금 인하 요구 커질듯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된다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요금 인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연대 측은 “이동통신 요금에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끼어 있다”며 “향후 관련 정보가 공개되면 요금이 적절히 산정됐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LTE 서비스에 대해서도 원가 및 주요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결과에 따라 소송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통신비 인하 요구가 거세지는 것에 대해서도 통신사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경쟁적으로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요금은 원가보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원가만 놓고 본다면 가입자가 적은 LTE 요금은 2G나 3G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위주의 요금체계가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는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양준영/이고운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