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해제 요구 39곳…11월 실태조사
서울 시내 뉴타운·재개발 사업장 가운데 추진위원회·조합이 설립된 구역의 실태조사가 이르면 11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개략적인 사업비와 추정분담금 등을 산정해 주민들이 사업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서울시는 6일 “사업추진 주체가 있는 장위4·10·11·12구역 등 39개 구역에서 자발적 실태조사 요청이 급증함에 따라 내년 초에 실시하려던 실태조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발표했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해산하려면 조합설립 동의자의 과반수,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구청장에게 신청할 수 있다.

◆“실태조사 해달라” 신청 쇄도

서울시는 지난 7월 사업추진 주체가 없는 ‘재개발 초기단계 구역(266곳)’을 우선 1단계(163곳), 2단계(103단계)로 나눠 올 하반기에 전면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었다. 추진위원회, 조합 등 추진주체가 있고 상대적으로 사업이 많이 진척된 305개 구역은 12월 이후로 실태조사 일정을 미뤄놨다. 추진위원회 사용비용(매몰비용) 보조 근거를 마련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과 ‘도정조례’ 개정 작업이 12월 중 완료된 이후에 할 예정이었다.

서울시 주거재생추진반 관계자는 “자발적인 실태조사 신청이 각 자치구로 밀려들면서 가급적 신속하게 실태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주민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단 주택정책실 예산을 끌어다 쓰고 있는데 신청구역이 너무 많으면 예산 배분이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도정법에 따라 실태조사는 토지 등 소유자 10% 이상이 요청하면 구청장이 시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아 실시한다. 구청장은 개략적인 정비사업비용 및 추정분담금 등을 조사하고 주민들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추진위·조합 설립에 동의했던 주민의 과반수 이상 또는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추진위·조합을 해산할 수 있고 이후 정비구역을 해제하면 된다.


◆신청 이유 제각각…매몰비용이 관건

이번에 자발적 실태조사 신청구역들의 사연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사업추진 반대의견이 많거나 장기간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곳들이 한 부류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실태조사를 신청한 장위11·흑석9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장위4·길음1·신길9구역 등은 사업을 계속 끌고가려는 추진위나 조합 측이 실태조사를 신청했다. 김용진 장위4구역 조합장은 “시행사도 선정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려고 주민 총회를 준비하는 단계인데 상당수 주민들이 재개발을 희망한다”며 “사업비나 분담금 규모를 보다 객관적으로 추정해보려고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사업을 중단하려고 실태조사를 활용하는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반면 실태조사를 통해 사업추진여부를 결정하려는 곳의 경우 결국 핵심은 ‘매몰비용’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는 추진위원회 단계일 경우에만 총 사용액수의 40% 안팎 수준에서 시·자치구 등 공공이 비용을 보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조합은 여전히 비용지원을 받을 법적 근거가 없다.

이정선/문혜정/이현일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