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독일 보쉬와 합작사인 SBL(SB리모티브)의 지분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투자 자금 부담과 영업 손실 증가는 불가피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올바른 선택이었다며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SDI는 SB리보티브 지분 전량을 5709만 달러(약 646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SBL은 2008년 7월 삼성SDI와 보쉬의 합작으로 설립됐으며 4년만에 합작 관계를 청산하게 됐다. 삼성SDI는 보쉬가 보유 중인 지분 3800만주(50%)를 9500만달러(1076억원, 주당 2827원)에 매입하고 보쉬는 팩 설비를 보유한 자회사 SBL 독일법인(SBLD)과 미국 코바시스(Cobasys)를 3800만달러(43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결국 삼성SDI의 현금 유출액은 차액 646억원 수준이다.

이번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다.

이성희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I를 둘러싼 가장 큰 불확실성이 보쉬의 SBL 지분 매입이었음을 감안할 때 시장에서 기대한 수준에서 지분 매입 가격이 결정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삼성SDI의 실제 인수금액은 5700만달러(650억원)으로 지난해 장부가 1063억원과 올해 2분기 말 장부가 369억원의 중간 가격으로 당초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삼성SDI의 주가의 눌림목으로 작용했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부담이 되겠지만 점차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성희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지분법 손실로 50% 반영되던 SB리모티브의 영업손실이 지분매입 후 100% 영업손실로 반영된다는 부담이 있다"면서도 "상반기 손실액 중 SB리모티브 자회사인 SBLD와 코바시스의 손실액이 증가하면서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이번에 자회사를 처분함으로써 분기당 400억원 내외의 손실 반영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황준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SBL의 영업손실이 기존 지분법에서 삼성SDI의 영업이익에 연결되면서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나 2014년부터 SBL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SDI의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독자 진행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록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보쉬가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회사이며 특히 유럽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SDI의 자동차용 배터리 독자 진행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난 4년간 보쉬를 통해서 팩 개발에 관한 충분한 노하우를 습득했고 독자 수주와 상품 기획을 위한 영업 및 마케팅 역량을 확보했다는 판단에서의 독자 노선 결정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우려하는 정도의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준호 애널리스트도 "SBL에서 삼성SDI의 역할은 2차전지 셀 제조, 보쉬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을 포함한 팩 생산을 맡아왔지만 자동차 업체들의 BMS 및 팩 내재화로 셀 공급을 선호하면서 보쉬의 역할이 축소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미 BMW, 크라이슬러, 델파이 등의 계약을 통해 레퍼런스를 쌓았기 때문에 향후 독자적인 마케팅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황 애너리스트는 SBL이 기존에 수주한 계약들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으며 팩 공급 계약의 경우 보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SBL은 내년부터 BMW i3(EV)용 전지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MW i3는 2013년 글로벌 출시 예정이며 국내에서는 2014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SBL의 전기차용 2차전지 생산능력은 현재 월간 5만셀(대당 100셀 가정하면 월간 500대) 수준이지만 내년 말까지 생산 능력을 10배 증설할 계획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 내년 투자 규모는 20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내 추가적인 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희 애널리스트도 "SBL의 현재 자본금은 369억원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추가로 자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3분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지분 매각 이익금 1조5000억원이 들어올 예정이므로 자본금 투입에 따른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