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끈 것은 ‘전·차(電·車)군단’이었다. 전기전자주와 자동차주가 변동성 큰 시장에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최근 쌍두마차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동차주가 하락하면서 주도주에서 이탈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자동차주 하락은 파업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과 “미국 시장의 점유율 하락으로 조정이 길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날개 꺾인 자동차주

코스피지수는 5일 1.74%(33.10) 하락한 1874.03에 마감했다. 1900선도 지난 8월7일(1886.80) 이후 한 달여 만에 무너졌다. 프로그램 매도 영향이 컸다. 7월12일 이후 가장 많은 4986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흘러나왔다. 외국인도 559억원 순매도했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2.38%)를 비롯 현대중공업(-2.75%) LG화학(-2.45%) 포스코(-1.38%)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중에서도 자동차주의 낙폭이 컸다. 현대차는 3.81%(9000원) 떨어진 22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도 2.58%(1900원) 하락한 7만1800원, 현대모비스는 2.47%(7500원) 내린 29만6500원으로 각각 마감했다. 현대차는 8월14일(25만원) 고점을 찍은 뒤 슬금슬금 내리다가 최근 이틀간 급락했다. 기아차도 5월2일(8만3800원) 고점을 기록한 뒤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업, 도요타 반격 등이 원인

자동차주들이 고개 숙인 데는 최근 한 달 보름간 벌어진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등 노조의 파업 영향이 가장 컸다. 완성차 5사의 8월 국내 공장 출고 대수는 24만9484대로 전년 동기보다 25.1% 감소했다. 현대차 내수 판매는 3만5950대로 29.9%, 기아차는 3만2078대로 12.2% 줄었다. 자동차 수출도 현대차가 31.0%, 기아차가 17.7% 각각 축소됐다.

미국시장에선 일본 ‘도요타의 반격’이 투자자들을 움찔하게 했다. 도요타는 8월 18만8520대를 미국에서 팔아 전년 동기보다 45.6%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2.6%포인트 확대된 14.7%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8월 미국 판매량이 4.4%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은 4.8%로 오히려 0.7%포인트 낮아졌다.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현지 자동차 딜러에게 지급하는 판매 인센티브가 지난달 상당폭 오른 것은 현대차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신공장 가동, 신차 모멘텀 기대

4분기 이후 생산이 정상화되면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일부터 브라질공장을 가동한다. 다음달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2교대제에서 3교대제로 전환해 연간 생산 규모를 30만대에서 36만대로 늘린다. 현대차의 신형 싼타페도 이달부터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임은영 동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노조 파업으로 차질을 빚은 생산 물량은 4분기 중 만회할 것”이라며 “8월 파업 손실이 예상보다 컸지만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현대·기아차의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2009~2011년과 같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상현 NH농협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 노사가 국내 공장에 도입키로 한 주간 연속 2교대제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와 월급제 시행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지 않을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규호/유승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