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빌딩 투자 실패로 깨진 '예치과의 꿈'
국내 최대 치과네트워크인 예치과네트워크가 투자한 서울 청담동 125의 19 일대 ‘에버원메디컬리조트’(지하 5층~지상 17층)가 5일 공매에 부쳐졌다. 시행사인 에버원솔루션(대표 박인출 예치과네트워크 대표원장·사진)이 재산세를 내지 못하자 강남구청이 자산관리공사(캠코)에 공매를 의뢰한 것이다. 이 건물은 예치과네트워크가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야심차게 신축했지만, 투자자 유치에 실패해 공매로 나오는 비운을 맞게 됐다. 감정가격이 913억원인 이 건물의 입찰은 오는 11월12일부터 시작된다. 예치과 측은 당초 ‘에버원메디컬리조트’를 의료한류의 메카로 키우려고 했으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재산세 못내 경매 나온 예치과의 꿈

청담동 빌딩 투자 실패로 깨진 '예치과의 꿈'
예치과네트워크는 1992년 서울 역삼동에 강남예치과를 개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예치과 78개(중국 4개 포함), 예한의원 2개 등 80개 프랜차이즈 지점을 거느린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병원이다.

서울대 치대 71학번 동문 5명(박인출 백광우 김석균 김종우 오성진)이 모여 강남예치과를 공동개원한 게 시초다. 목요일이면 만나 막걸리를 마셨다는 ‘서울대 목막회’ 친구들이었다. 이들은 ‘의사들의 동업은 깨지기 마련’이라는 징크스를 보란 듯이 깨면서 2010년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외국환자 유치를 위해 작년 8월 준공한 ‘에버원메디컬리조트’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침체된 부동산경기와 맞물려 사업자 유치에 실패했고 부채를 갚지 못해 공매 처분되는 신세가 됐다. 시공사인 극동건설은 공사대금 270억원을 받지 못해 현재 영업 중인 일부 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지난해 7월엔 자금난을 덜기 위해 종전까지 예치과 본점으로 쓰던 청담동 소재 13층짜리 강남예치과 건물을 1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창업자들, 20년 만에 공동개업 포기

청담동 빌딩 투자 실패로 깨진 '예치과의 꿈'
공매와 별도로 법원 경매도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의 1순위 근저당권을 인수한 유암코가 최근 이 건물에 대해 경매를 신청했다. 아직 경매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채권회사 관계자는 “시행사가 2007년 (산업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의 대부분을 엔화대출로 받은 것도 사업이 좌초된 주요 원인”이라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엔화가치가 급상승해 대규모 환차손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에버원메디컬리조트 사업 실패로 예치과네트워크는 사실상 공중분해가 될 처지다. 공동창업자들이 개인병원으로 전환하면서 구심점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공동대표 가운데 네 명은 지난 6월 강남 인근에 각자 병원을 냈다. 올해 초까지 예치과네트워크 본점이었던 청담예치과는 의사 15~20여명에 직원 100여명을 고용했으나 공동 대표원장들의 개인병원 전환으로 대부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하이에 출장 중인 박인출 원장은 어렵게 성사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건물 (부채) 때문만은 아니고 공동개업을 하면서 투입해야 할 막대한 비용과 인원 등을 감당할 수 없었다”면서 “전국의 다른 지점들은 어차피 개별 병원으로 운영되지만 예치과네트워크의 상징인 공동개업 형태의 본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준혁/조성근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