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앨트먼 전 미국 재무부 부장관이 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경제가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 회복될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놨다. 언제나 위기를 경고하기에 바쁜 경제학자들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얘기다. 앨트먼은 주택시장 회복, 에너지 혁명, 은행시스템 정상화, 산업 경쟁력 향상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 중 주택과 금융은 아직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에너지 혁명과 산업 경쟁력 향상은 미 경제 회복의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당장 미 제조업이 자신감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 앨트먼의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지 말란 법도 없다.

에너지 혁명을 주도하는 셰일가스가 제조업에 미치는 여파만 해도 그렇다.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미 천연가스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게 셰일가스다. 이는 천연가스 가격 하락을 가져와 에너지 비용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그 바람에 석유화학산업은 물론 다른 제조업들까지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 10년간 제조업의 단위 생산비용이 11%나 떨어진 상황이다. 중국과의 임금격차도 좁혀졌다. 인건비가 높기로 유명했던 미국의 빅3 자동차 회사들도 시장점유율을 다시 회복하는 추세다. 밖으로 나갔던 제조공장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더 이상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월풀은 10년 넘게 중국에서 생산하던 믹서기 라인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왔다. GE 포드 등도 해외로 아웃소싱했던 공장을 미국으로 되돌리고 있다. 아시아 진출 미 제조기업들 중 61%가 이전을 원한다고 할 정도다.

미 제조업계의 리쇼어링(reshoring) 바람에는 오바마 행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제조업 법인세를 25%로 인하하고 이전비용의 20%를 세액공제하는 등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실업문제와 소득격차가 심화되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에 다시 눈을 돌린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잘하면 최대 300만개 일자리가 미국으로 U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제조업의 재발견이요, 부활이다. 이런 추세면 미국이 제조업 혁신의 주도권을 다시 쥘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조업은 사양산업이고, 그 주도권이 곧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고 했던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말을 수정하는 게 좋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