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열리면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자리잡았다. 여야 각 당에서는 전·현직 의원으로 모임을 구성하고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 심사 강화의 필요성까지 거론되었다고 한다. 대주주 적격심사 제도가 전제돼야 강력한 금산분리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상당수 의원들이 내세운 이유다.

하지만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됐다. 과도한 규제라는 판단 아래 삭제된 법안 내용이 다시금 도마에 오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재벌 때리기가 아닌가 하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민주화란 재벌 해체가 목적이 아니라 서민과 중소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 진정한 경제민주화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돌아보고 이 제도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제도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 제도가 국민들의 후생을 증가시키는지 여부다. 즉, 그 제도로 누가 어떤 이득을 얻고, 누가 어떤 손실을 입는지를 분석·비교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심사’ 제도의 도입은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크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해당 금융회사와 관련 없이 일어난 대주주의 법령위반 사실 때문에 금융회사의 주인이 바뀌고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돼 금융회사의 경영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이는 그 금융회사 임직원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당한 처사다. 또한 대주주가 형사처벌을 당할 경우 시정의 기회가 없어 보유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고 자본조달이 어려운 국내 상황에서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한 외국 자본에 우리 금융회사를 넘겨주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의 손실과 이익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는 대주주다. 그러므로 대주주는 임직원의 개인적 이익추구와 나태 등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고, 소비자 만족을 최대화해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경영자를 독려하려는 동기가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대주주가 없거나 권한이 제한되면 기업 경영에 대한 감시기능이 결여돼 경영부실에 빠질 위험도 높다. 정부의 감독만으로는 기업의 세세한 내부 사정까지 감시할 수 없고, 시의적절한 대응도 어렵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주주가 있는 기업이 성장하고 대주주가 없는 기업이 퇴보하는 경향은 이 논리가 타당하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이 제도 도입으로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거나 주식처분명령으로 대주주가 사라지는 상황이 오면 기업의 경영을 감시할 당사자가 없어져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의 내부정보를 잘 아는 대주주에게 안정적인 권한을 부여해 기업 경영을 감시하는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고, 정부는 재무건전성 규제와 영업행위 규제 등을 통해 기업이 소비자 이익을 해치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올바른 역할배분이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대주주들은 기업경영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로 모험을 택하기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급급하게 된다. 기업 경쟁력이 낮아져 그 기업뿐만 아니라 결국 국가 발전도 저해될 것이다.

이에 비해 이 제도 도입이 국민과 국가경제에 어떤 이득을 주는지는 분명치 않다. ‘대주주 자격심사’ 제도는 대주주의 존재가 기업경영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개념으로 정립돼 수십년 전에는 상당수 사람들이 동의했으나, 최근엔 그와 반대라는 증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GM과 AIG 등이 몰락하게 된 주요 원인은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통제할 대주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 외국에서 금융회사 설립 인가 때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제도는 있어도 인가 후 주기적으로 대주주 자격을 심사해 처분을 내리는 제도가 없는 까닭은 위에 지적한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김정동 <연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