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못찾은 유로존…그리스 "어떡하지"
“여름 휴가는 끝났고 불확실한 미래만이 남았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에 대해 내린 평가다. 유로존이 그리스의 긴축재정 시한 연장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스페인은 다음달 중 전면적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경기 침체로 재정적자 감축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로이카 보고서에 달린 그리스 운명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그리스의 긴축 기간 연장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26일 보도했다. 그리스는 당초 내년부터 2014년까지로 예정된 115억유로 규모의 긴축재정 시한을 2016년까지 연장해달라고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과 독일, 프랑스 등에 요구했다. 지난해 9.1%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을 2014년까지 3%로 낮추라는 구제금융 조건을 맞출 수 없으니 시한을 더 늦춰달라는 것이다.

그리스의 긴축재정 시한을 연장해줄 경우 독일 프랑스 등 지원국들의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수가 부족한 데다 국채 금리가 더 오르면 그리스 정부로선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나 지원국들이 부담해야 할 자금이 200억유로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르켈 총리가 지난 24일 안토니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 실사단의 그리스 조사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다. 최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그리스에 돈이나 시간을 더 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는 반대했다. 그는 “그리스를 유로존에 잔류시키는 것이 독일 정부의 숙원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25일 사마라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그리스는 구제금융 선결조건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트로이카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그리스의 운명은 다음달 중순 나올 예정인 트로이카 보고서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실사 결과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을 핵심으로 한 구제금융 조건을 지키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 중 일부인 312억유로를 지원받을 수 없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

○스페인, 포르투갈도 위험 고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페인이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다음달 중순 이후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280억유로의 국채를 상환하려면 구제금융 수혈이 절박하다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이미 은행권 구제금융을 요청한 스페인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전면적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에 ECB가 국채매입을 재개할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르투갈도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이나 긴축재정 시한 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예상보다 경제 상황이 나빠져 재정상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포르투갈의 세수는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다. 법인세가 15.6%나 줄어드는 등 산업 침체가 뚜렷해지고 있다. 포르투갈은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인 4.5%를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8일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만나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여부와 스페인 국채 매입 방안 등을 논의한다. 29일과 30일에는 메르켈 총리 및 올랑드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ECB의 국채 매입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