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유머에 청재킷…'박근혜가 바뀌네'
野주자 치고받는 사이 고지선점 전략
그는 20일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봉하마을 방문 및 권양숙 여사 예방(21일), 김영삼 전 대통령 및 이희호 여사 예방(22일), 반값 등록금을 공약한 대학 총학생회장들과의 만남(23일), 경선 때 각이 섰던 비박 경선주자들과의 회동(24일) 등 화해와 통합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봉하마을 방문과 이희호 여사 방문은 과거와의 화해를 위한 자리였다면 비박 주자들과의 회동은 당내 통합을 위한 행보였다. 총학생회장들과의 만남은 취약한 젊은층 공략의 신호탄이었다.
박 후보는 이틀 연속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를 가진 건 비대위원장 시절인 1월19일이 마지막으로 7개월 만이다. 불통 이미지를 깨기 위한 본격적인 스킨십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8년 만에 자택 개방도 검토하고 있다. 박 후보는 간담회 자리에서 기자들이 “자택에 초청하는 것은 어떠냐”고 요청하자 웃으며 “초청할 수 있다. 많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가 기자들을 집으로 부른 것은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
맨 먼저 대선전에 뛰어든 그가 파격행보에 나선 건 아직 후보로 정해지지 않은 야당 주자들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 주자들이 후보자리를 놓고 치고받는 한 달 동안 파격행보를 통해 민심을 끌어안아 대선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선 ‘룸살롱 의혹’을 해소하라고 강한 견제구를 날렸다. 안 원장에 대해 “같이 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2월)”며 가능성을 열어뒀던 때와는 다르다. 2007년 경선 당시에도 박 후보 캠프에 있었던 한 인사는 “(박 후보의) 대권 의지가 훨씬 강해졌다”고 말했다.
나름의 자신감이 특유의 썰렁유머에서 묻어난다. 총학생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혹시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 무게를 아세요? (청중 조용) 두근두근 합해서 네 근이에요.”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박 후보는 준비해 온 또 다른 개그를 선보였다. 젊은이들과의 만남에선 청재킷으로 호흡을 맞추려 했다.
당 후보가 된 이후 부쩍 푸른색 옷을 즐겨 입는 것도 눈에 띈다. 파란색은 과거 한나라당의 당색이다. 한 측근은 “푸른색을 통해 이전 지지층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 같다”고 분석했다. 강한 색상의 통 넓은 바지와 재킷 등 ‘전사’처럼 차려입고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과거 비대위원장 시절과는 딴판이다. 로빈 기브핸 워싱턴포스트 패션 에디터는 “정치인의 옷차림은 정치적 성명 발표와 같다”고 했다. 대권 행보를 시작한 박 후보는 확실히 달라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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