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쿠릴열도에 군함 파견..인근에 미사일도 배치
1조원 투자해 열도 사회ㆍ경제 개발 프로그램도 추진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이 일본과 영토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한 실효 지배 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러시아가 극동 태평양 함대 소속 군함 2척을 쿠릴열도에 파견키로 한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태평양 함대 소속 상륙함 '네벨스코이'와 견인선 '칼라르'가 오는 25일부터 내달 17일까지의 극동 해역 항해 기간 중 일본과의 영토 분쟁 대상인 쿠릴열도의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이투룹 섬과 또다른 쿠릴열도 섬인 파라무쉬르 등 3개 섬을 방문할 계획이다.

러시아 군함들의 이번 항해는 2차 대전 말기인 1945년 8월 사할린과 쿠릴열도 점령 작전 당시 숨진 소련군 수병들을 추모하기 위한 '추모 항해'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밝혔다.

군함들은 쿠릴열도 등에서 전몰 수병 추모제에도 참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해군은 대일(對日) 전승기념일(9월 2일)에 맞춰 전몰자 추모제를 대대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로 5번째를 맞는 추모 항해는 러시아가 해군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일본과의 영토 분쟁 지역인 쿠릴열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이달 중순엔 쿠릴열도에서 멀지 않은 극동 나홋카에 S-400 미사일방어시스템 연대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S-400 시스템은 600km 거리에 있는 적의 전투기, 순항 및 탄도 미사일 등을 포착해 60~400km 거리에서 격추할 수 있는 첨단 미사일이다.

쿠릴열도를 포함한 극동 지역의 방공 전력을 증강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조치다.

일본은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쿠릴열도 가운데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에 대해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라며 줄기차게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쿠릴열도가 2차대전 후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달 초 일본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 4개 섬 가운데 하나인 쿠나시르 섬을 방문했다.

이 방문에 대해 일본이 사전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러시아는 통상적 자국 영토 방문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메드베데프는 대통령 시절이던 2010년 11월에도 러시아 최고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쿠릴열도를 방문했고 이후 양국 관계가 심각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일본이 러시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하게 항의했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일본의 과도한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며 역공을 퍼부었다.

러시아는 2007부터 '2015년까지 쿠릴열도 사회·경제 발전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프로그램에 310억 루블(약 1조900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사회ㆍ경제 개발을 통해 실효 지배중인 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더욱 확실히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