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저동 나라키움 저동빌딩. 지상 15층 높이의 이 빌딩은 을지로 2가 사거리에서 눈에 익은 건물 중 하나다. 남대문세무서, 서울지방국세청 등 정부부처는 물론 대우일렉트로닉스, SK C&C 등 민간 업체까지 골고루 입주해 있다. 도심에 있는 다른 첨단빌딩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이 건물은 불과 6년 전만 해도 3층짜리 낡은 건물이었다. 남대문세무서가 사용하던 80년 된 건물이 랜드마크 빌딩으로 거듭난 것이다.

변신의 비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국유지 위탁개발’이다. 이는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현재 위탁개발을 맡고 있는 곳이 캠코다. 캠코는 자체 자금으로 건물을 지은 뒤 건물을 국가에 귀속시켜 임대료와 분양 등의 수입으로 개발비를 회수하고 있다. 과거엔 국유지 관리정책이 ‘매각’ 중심이었다. 이제는 개발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 세금이 한푼도 들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다.

◆80년된 건물이 랜드마크 빌딩으로

캠코가 국유재산 위탁개발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정부는 1990년대 이후 ‘국유지의 적극적 관리’로 정책 방향을 정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왔다. 2005년엔 국유지 개발을 위한 ‘국유지 위탁개발제도’를 도입했다. 별다른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하던 유휴토지들에 대해 국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 편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국유재산인 데다 캠코가 추진하다 보니 기본 원칙은 까다로운 편이다. 공공성과 수익성이 조화되는 프로젝트에 한해 사업을 진행한다.

1순위로 검토하는 개발 대상은 도심 상업지역에 자리잡은 노후화된 청사 건물이다. 대부분 1960~1970년대 건축돼 건물 활용도가 낮다. 최근 행정 수요가 늘면서 비좁아졌지만 예산 부족으로 증축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개발은 국민에게 최첨단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편리성을 제공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 투입 없이 최신 공공시설을 짓는 데다 임대수입으로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다.

이런 부동산 개발 방식은 민간의 부동산 개발 방식과도 닮아 있다. 단순한 매매차익을 거두는 것에서 벗어나 부동산 자산관리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자산가치 및 임대 수익 급등

캠코는 남대문세무서 부지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9건(건축연면적 7만2775㎡)의 위탁개발사업을 마쳤다. 총 건축원가 1260억원을 투입해 민관복합건물(옛 남대문세무서 부지), 공공복합청사(대전 월평동 부지), 소규모 근린상가(서울 가산동 부지), 상가 및 다세대 주택(논현동 상가주택) 등을 지었다.

토지 유형 및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했다. 개발 후 9개 건물의 자산가치는 급등했다. 개발 전 847억원에서 개발 후 2827억원으로 233% 올랐다. 정재훈 캠코 국유정책실장은 “개발 전 연간 임대수입은 2억3000만원에 불과했지만 개발 후 63억2000만원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캠코는 국유지 개발사업 외에도 2010년부터 서울 삼성동 소재 유휴 일반재산 2건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나대지 상태로 방치되던 강남 한복판의 금싸라기 땅을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부동산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재산 가치가 121억원 상승하고, 연간 임대수익은 11억원 창출될 것으로 캠코는 추정했다.

또 여의도 공군테니스장 민관복합개발, 동소문동 공무원 기숙사 개발 등의 사업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기획할 예정이다.

정부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12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청사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사업비 2820억원을 들여 2014년 10월까지 연면적 11만7706㎡에 지상 12층 규모 총 4개동을 건립하고 있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연구기관의 안정적인 업무 기반을 확충하고 조기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 실장은 “개발관리 전문인력을 집중 양성해 다양한 개발모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며 “위탁개발 사업을 통해 향후 30년간 약 915억원의 위탁보수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