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관행 안 되게 양형기준 엄격 적용"

한화그룹 김승연(60) 회장에게 16일 실형을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 서경환(46·사법연수원 21기) 부장판사는 "실형선고는 2009년 도입한 양형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경영공백이나 경제발전 기여 공로 등은 집행유예를 위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현재 양형 기준에는 과거 기업 총수들이 집행유예를 받을 때 적용된 정상 참작 사유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언급되지 않은 이유를 들어 판결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 실형을 선고받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사례가 양형기준이 적용된 첫 사례일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11부(김종호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천400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그의 모친 이선애 전 태광산업 상무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서 부장판사는 김 회장의 법정구속과 관련, "이는 일반적인 재판 관행이며 오히려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것이 예외적인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불구속 상태에서 김 회장을 조사했기 때문에 이미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했다"며 "변호인의 자료와 검찰의 자료를 검토해 유죄확신이 들면 법정 구속하는 것이 일반적인 재판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만큼 피의자들의 잘못이 부각되지 않은 점이 가장 애석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지시로 막대한 손해를 본 계열사들이 선처를 요구하는 분위기여서 김 회장의 잘못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서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적다고 해서 관대하게 판결할 순 없다"며 "이런 범죄가 관행으로 남는 것을 막고자 양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 부장판사는 서울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