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 추후 결정..형량 수위 촉각

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 사건 재판이 단 하루 만에 끝났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 중급인민법원은 9일 살인죄로 기소된 구카이라이에 대해 심리를 진행한 뒤 사실상 재판을 종결했다.

구카이라이에 대한 선고는 일단 보류됐다.

탕이간(唐義干) 법원 대변인은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말 할 수 없다면서 구카이라이가 조사에 협력한 점이 참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고측 국선변호사는 이날 심리에서 구카이라이가 살인죄를 부인하지 않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번 재판은 구카이라이가 지난해 11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로 기소된데 따른 것이지만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둔 중국 정치 상황과 맞물려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특히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리던 유력 정치인 보시라이의 낙마를 초래한 이번 사건 재판은 1980년 마오쩌둥(毛澤東)의 미망인 장칭(江靑)을 포함한 `4인방' 재판을 연상케 하며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법원은 이날 구카이라이와 공범 장샤오쥔(張曉軍)에 대한 심리를 병행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구카이라이는 지난해 11월 13일 충칭의 한 호텔에서 술에 취한 헤이우드의 입에 직접 독을 들이부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범죄 사실이 명백하고 증거가 충분해 고의 살인죄에 해당한다"며 "구카이라이는 주범, 장샤오쥔은 종범"이라고 규정했다.

법원이 단 하루 만에 서둘러 심리를 종결한 것은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도부로서는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어나갈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분란의 소지가 큰 구카이라이 사건의 장기화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후속 관심사는 남편 보시라이에게 끼칠 영향이다.

이와 관련, 홍콩의 유력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구카이라이가 수사 과정에서 경제범죄 혐의를 인정했음에도 살인 혐의로만 기소된 것은 당국이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보시라이에 대한 단죄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구카이라이가 살인죄로만 기소됨으로써 향후 보시라이가 당 기율 위반에 대한 처분만 받고 별도의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보시라이는 비록 낙마한 상태이지만 마오쩌둥 추종자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스스로 유죄를 인정한 구카이라이의 형량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홍콩 언론은 대체로 구카이라이가 헤이우드와 경제적 문제로 다툰 뒤 아들인 보과가에게 미칠 신변 위협을 우려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점을 들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웹사이트 보쉰(博迅)은 구카이라이의 잔혹하고 계획적인 범죄 사실이 드러난 만큼 극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에서는 살인 범죄자에 대해서는 통상 사형 선고가 내려진다.

한편 법원은 이날 중국 주재 영국 대사관 관계자와 헤이우드의 가족이 선임한 법률 대리인의 방청을 허용한 것과 달리 일반인과 외신 기자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했다.

국영 중국중앙(CC)TV 화면에 비친 구카이라이는 이날 말끔한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재킷, 바지 정장을 입고 피고인석에 섰다.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