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 부결로 코너에 몰린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민주노동당 인천연합 등 신당권파가 향후 거취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구당권파와는 함께 갈 수 없고, 현 상태로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탈당에 대한 셈법은 각각 다르다.

탈당에 가장 적극적인 진영은 참여당 계열이다.

참여당 출신의 천호선 최고위원은 3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참여당 출신 간부들이 모여 통합진보당을 통한 대중적 진보정당 실현 노력은 실패했고, 당 안팎을 아우르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천 최고위원은 "탈당을 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당내에 아직도 할 일이 남아있는 지에 대해서도 폭넓게 살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조직적인 탈당과 재창당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참여당 출신 당원들의 탈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고, 진보당 간부들은 전날 "탈당한 당원들을 포함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진보신당 탈당파의 입장은 다르다.

2008년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다가 지난해 진보신당을 탈당하고 다시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정치 역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탈당을 했다가 재창당 작업이 실패한다면 `정치적 미아'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진보신당 탈당파 인사는 "우리가 먼저 당을 깨고 나가자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인천연합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다.

인천연합은 구당권파와 같은 뿌리인 NL(민족해방) 계열 출신이다.

이번에는 구당권파와 반대편에서 격렬한 권력 투쟁을 벌였지만, 당을 깨고 나가 구당권파와 결별을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인천연합의 기층 조직이 구당권파의 기층 조직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도 탈당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주체가 조직적인 탈당보다는 현재의 `불안한 동거'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강기갑 대표가 신당권파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 부결 이후 대표직 사퇴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신당권파 의원들의 만류로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강 대표는 현재 모든 당무를 중단하고 대책을 고민 중이지만, 조만간 당무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 권력지형도가 급격하게 구당권파 쪽으로 기울어 있어 신당권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