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출당)안이 부결된 이후 통합진보당 신주류가 옛 당권파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강기갑 대표 체제를 만든 당내 신주류(참여당계, 진보신당 탈당파, 민노당 인천연합파)가 집단 탈당 및 당해산 등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을 출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2월5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민주노동당 등 3주체가 통합진보당을 출범시킨 지 8개월 만이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사진)가 이끄는 참여당계 진보당 전·현직 간부 당원 200여명은 29일 결의문을 통해 “현재의 진보당으로는 대중정당 구현이 어렵고 야권연대도 불가능하다”며 “진보혁신과 정권교체를 위해 당안팎을 아우르는 다양한 모색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앞서 당 게시판을 통해 당 안에서의 혁신투쟁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면 “탈당, 당 해산 추진, 공개적인 당내 혁신연합 결성,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체 설립 등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탈당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날 강 대표를 비롯해 심상정·박원석 의원 등 당내 신주류도 대책을 논의했다. 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제는 혁신파(신주류) 의원·최고위원들이 모여서 이·김 의원의 제명안 부결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며 “오늘 참여당계 회동도 이런 다각적인 대책 노력의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명시적으로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강기갑 체제를 만든 혁신파의 모든 세력은 옛 당권파와는 함께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며 신주류 간 공조를 통한 새로운 진보정당 설립 가능성을 제기했다.

진보당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 이후 신주류에 힘을 실어줄지도 주목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명안 부결에 대해 “민주노총이 바라던 혁신 방향에 못 미친다”며 “민주노총은 이미 진보당에 대해 지지를 철회한 상태다. ‘조건부’를 떼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다음달 13일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8월 총파업을 앞두고 진보세력 내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진보당 사태에 대한 논의를 비켜갈 수도 있지만 개별 연맹이나 단위사업장 노조 소속 당원들의 집단 탈당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제명안 부결 직후인 지난 27일 하루 만에 1000여명이 탈당했다. 이후 탈당 집계는 중단됐지만 당 게시판에는 이날도 “당비 납부를 끊었다” “탈당하겠다” 등 불만을 표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