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24일 오전 11시 29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사진)이 계열사를 통해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늘려 2년 만에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았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템플턴자산운용이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20% 가까이 확보해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산업개발은 24일 최대주주가 ‘템플턴자산운용회사 외 13인’에서 ‘정몽규 외 8인’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로 올라선 정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은 1409만8891주(18.7%)로 템플턴 보유분 1405만6711주(18.65%)를 근소하게 앞섰다. 2010년 7월 템플턴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준 지 2년 만이다.

정 회장이 다시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은 계열사 아이콘트롤스가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했기 때문이다. 아이콘트롤스는 지난 5월25일 이후 현대산업개발 주식 35만6400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2.79%에서 3.26%로 끌어올렸다.

정 회장(51.08%)과 현대EP 등 계열사 3곳이 총 85.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콘트롤스는 2005년 현대산업개발 주식 8만9000주(0.12%)를 매입한 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 최근 주식을 꾸준히 매입, 정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이콘트롤스는 현대산업개발 주가가 하락해 저가 매수 시점으로 적당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1000~4만주씩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았지만 현대산업개발 지배구조는 아직 ‘안정권’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따라서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추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템플턴이 장기투자 성격의 펀드이고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투자 회수에 나설 것”이라며 “상장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이 30% 이상은 돼야 경영권이 안정적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에 대해 “최대주주 지분 추가 매입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템플턴은 2002년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뒤 지속적으로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여 지분을 늘려왔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회장은 1년에 한두 차례 현대산업개발 본사를 방문, 부동산 업황과 회사실적 등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수정/정영효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