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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투데이] 클린턴 장관의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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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렛 스티븐스 < 월스트리트저널·칼럼니스트 >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은 대단한 국무장관처럼 여겨지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그가 “딘 애치슨 이래 가장 중요한 국무장관”이라고 극찬했다.

    이 같은 클린턴 붐이 이해못할 현상은 아니다. 그는 정치적으로 지지층을 잃은 적이 없다. 다른 내각 구성원들과 비교해봐도 그는 뛰어나다. 클린턴은 카이사르가 세 번째 황제 즉위를 거절한 것처럼 2016년 대선 출마 요청을 거부하고 있지만 그가 오바마보다 나은 대통령이 될 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클린턴의 외교적 업적은 그렇지 못하다. 그가 헨리 키신저처럼 중대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했다면 위대한 국무장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동맹을 결성(애치슨)했다면, 위대한 외교정책(존 애덤스)이나 위대한 계획(조지 마셜)을 고안했거나 위대한 승리로 가는 길을 마련(조지 슐츠)했다면, 그는 훌륭한 국무장관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중 어떤 것과도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미국 외교정책의 실패

    클린턴은 특유의 실용주의 노선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실용주의는 오직 결과에 따라서만 평가될 수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이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바꾸고 있는가? 중국에 대한 실용주의적 접근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고 있는가? 시리아는 외면하고 리비아에서만 인도주의적 개입을 하겠다는 것을 과연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볼 수 있는가?

    클린턴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막도록 러시아나 중국, 혹은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집트의 민주화를 돕지도 못했다. 그는 2009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우리 가족의 친구”라고 부르는 우를 범했다. 최근 대통령 선거를 치른 이집트가 미국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이란 문제도 마찬가지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미국은 국제적으로 이란 문제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임인 현 정부는 이슬람 종교지도자들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려 나섰다.

    누구에게 책임 물을 것인가?

    그 생각은 거의 전적으로 틀린 것이다. 부시 정부는 유엔안보리 대(對)이란 제재결의안 표결에서 찬성 3표를 얻은 반면 현 정부는 단 1표밖에 얻지 못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이란 정부와의 핵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아무런 위기 상황 없이 11월 대선을 치르기 원하는 대통령의 의도에도 정확히 들어맞고 시간을 벌기 원하는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의 의도에도 부합한다.

    이란은 핵폭탄 보유에 더 가까워졌으며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 역시 커졌다. 지금까지 정부가 행사한 압력이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압력은 이스라엘에 대한 것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클린턴이 유일하게 큰 소리를 친 외국 지도자다.

    궁극적으로는 클린턴 자신이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정확히 권위적이지 않은 인물로 이해했던 대통령의 실책에 대해 책임을 질 수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과 함께 일하겠다는 결정은 클린턴이 했다. 결국 현 정부의 외교적 실책 역시 클린턴 장관의 몫이다.

    브렛 스티븐스 < 월스트리트저널·칼럼니스트 > / 정리=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인 브렛 스티븐스가 ‘힐러리 신화(The Hillary Myth)’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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