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정책구상은 중도층 겨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 원장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입장을 달리하는 쟁점마다 합리적인 선에서 답변을 내놓았다. 재벌개혁을 강조하면서도 재벌 기업의 경쟁력은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점진적 복지를 통해 보편적 복지(민주당)와 차별적 복지(새누리당)를 조합해나간다는 식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 안 원장은 ‘재벌해체’라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기업집단법 제정으로 재벌 경쟁력은 살리되 내부거래·편법상속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장점은 살리되 시장지배력 남용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의 생각과 비슷하다.

하지만 안 원장은 재벌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선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해소를 주장해 오히려 문재인 민주당 경선후보와 비슷한 구상이다. 그러면서도 문 후보가 주장하는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 대해서는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법인세에 대해선 세 사람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안 원장은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감면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했다. 법인세 인하(박 후보)나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문 후보)과는 다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안 원장은 “폐기보다 적극적인 재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문 후보와 입장을 같이했다. 또 “동시다발적으로 새로운 FTA를 추진하면 이익보다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한·중 FTA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보육에 대해서는 세 사람이 한목소리로 ‘무상보육’과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를 강조한다. 초·중등학생 무상급식 실시나 의료민영화 반대엔 안 원장과 문 후보가 같은 입장을 취했다. 다만 문 후보가 주장하는 대학 ‘반값등록금’에 대해 안 원장은 “단계적 실행”으로 선을 그었다.

안 원장은 쌍용차 정리해고,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에 대해 문 후보와 같이 기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용산참사, 강정마을, 언론사 파업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명박 정부의 소통부재와 개발 만능주의를 지적했다. 진보진영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회 현안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입장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리얼미터가 중앙일보와 함께 안 원장의 책 출간 이후인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원장은 다자 대결에서 15.9%의 지지율을 얻었다. 전날에 비해 2.2%포인트 내려간 수준이다. 반면 1~2위인 박 후보와 문 후보는 각각 39.4%와 19.4%를 기록, 전일 대비 각각 2.5%포인트, 2.6%포인트 상승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