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19일 오후 2시23분


미국 비스티온이 한라공조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있는 동안 국민연금이 일부 지분을 장내에서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 위탁운용계좌에서 매각한 것으로 위탁운용사들이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부를 차익실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라공조의 최대주주인 비스티온은 한라공조 상장폐지를 위해 지난 5일부터 20일간 잔여지분 30%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매수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은 오는 23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공개매수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보유지분 7.82%로 축소

19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라공조 주식은 18일 기준 834만8000주(7.82%)로 집계됐다. 지난 4월 국민연금이 공시한 보유지분 864만주(8.1%)에서 0.28%포인트 줄었다.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계좌의 한라공조 지분율은 5.01%로 변함이 없다. 위탁계좌 지분율이 3.09%에서 2.81%로 축소됐다. 18일 하루동안 0.03%를 판 것을 포함해 비스티온이 5일부터 한라공조 공개매수를 진행한 이후 0.12%가량을 장내매각했다. 이후에도 국민연금 위탁 계좌 매도 물량은 추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라공조 주가는 국민연금 위탁 계좌를 비롯한 기관들의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공개매수 이전가격인 2만5000원대로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국민연금 위탁 운용사들이 공개매수가격(2만8500원)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일부 매각한 것은 공개매수 실패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연금, ‘묘수’ 찾기 부심

비스티온이 한라공조를 상장폐지하기 위해 취득해야 할 지분은 95%다. 다른 주주들이 모두 공개매수에 응하더라도 지분 7.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참여하지 않으면 공개매수는 성립하지 않는다. 공개매수 성패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은 한라공조의 상장폐지 효과와 역효과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한라공조 노사를 비롯해 자동차업계 관계자, 시장 관계자 등 10여곳과 면담을 가졌다.

이해 관계자들의 국민연금 설득작업도 한창이다. 한라공조에 공개매수 자금을 빌려준 국민은행과 주관사 등 투자은행(IB) 쪽에선 공개매수에 참여하라고 권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1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비스티온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라공조가 상장폐지되더라도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한라공조에서 공조부품 70%를 납품받고 있는 현대차 등은 한라공조가 상장폐지되면 곤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공조가 상장폐지되면 기업 재무상태 등 정보가 제한되는 데다 납품단가 협상 등에서 불리해져 국내 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근거에서다. 국민연금은 상장폐지 결정권이 있는 5%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차익실현해 놓고 여론 추이와 시장 움직임을 끝까지 지켜본 후 의사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 결정을 위한 투자위원회는 23일 오후 열린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공개매수에 불응하고 2차 공개매수를 유도해 수익률을 높일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한라공조 잠재 인수 후보자인 한라그룹이나 현대차그룹에 지분을 넘겨 국부 유출 논란을 피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