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맛집 프로그램에서 ‘여름 대표별미! 팔도냉면열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심신도 지쳐 입맛이 없을 때면 나도 냉면을 즐겨 먹는데 반가웠다.

매일 닭 100여마리를 끓여 육수를 내고 고기를 손으로 찢어 메밀면 위에 올린다는 60년 전통의 대전 닭냉면, 전주 동치미 냉면과 떡갈비, 견과류와 순두부, 열무김치 등 열두 가지 재료를 넣은 웰빙 열두냉면, 단양 구인사 앞 산채도토리 쟁반냉면, 새콤한 과일보쌈냉면 등이 소개됐다.

저마다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은 냉면집의 갖가지 모습에 가까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찾아가 맛보고 싶을 만큼 군침이 돌았다.

냉면이라면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이 그 대표주자다. 먼저 함흥냉면은 함경도 일대에서 많이 나는 감자의 녹말을 주원료로 질긴 국수를 만들고 가자미 회를 넣어 매운 양념과 비벼 먹는다. 남쪽으로 내려와 감자 대신 고구마 녹말로 국수를 만들고 회도 가자미 대신 홍어를 넣게 되었다.

평양냉면은 메밀 물냉면을 말하는데, 메밀가루와 녹말을 섞어서 국수를 만들고 사골뼈 육수를 차갑게 식혀 동치미 국물과 섞어 국물을 만들어 사태살 편육을 얹어 먹는다.

사실 냉면은 추운 지방에서 겨울에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여름에 더 자주 먹게 된 음식이라는 것이다.

냉면의 유래가 이러한데, 팔도냉면열전에 소개된 각각의 냉면집들은 자신들만의 메뉴를 개발하고 품질을 유지해서 맛집으로 성공하기까지 쏟아낸 땀방울들을 생각하니 식품업계 한 사람으로서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먹거리도 많이 바뀌어 왔다. 사람의 입맛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입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찾다가도 맛의 깊이, 즉 만드는 이의 내공이 부족하면 금방 시들해지기도 한다.

지금은 서민들의 대표적인 외식 메뉴가 된 삼겹살이나, 골목마다 즐비한 치킨집도 1980년대 이후에나 볼 수 있게 된 풍경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칼칼하게 매운 간장양념에 졸인 찜닭이 유행했다. 술도 막걸리가 한동안 유행하더니만, 요즘은 소주와 맥주를 섞는 ‘소맥’이 대세라 한다.

빵도 마찬가지다. 60여년 전 ‘상미당’이라는 조그마한 개인빵집에서 시작한 ‘파리바게뜨’의 빵도 많은 변화를 거쳐왔으며, 이제는 해외에 진출해 베이커리의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

사람의 입맛은 바뀐다.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라고 이미 2500여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쓰였다는 노자 도덕경 첫머리에 실려 있지 않았던가?

조상호 < SPC그룹 총괄사장 schcho@sp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