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현대·기아자동차 노조의 무분규와 품질 향상, 그리고 유리한 대외여건으로 인해 자동차 수출이 증가하고 해외 생산기지가 확대되면서 해외에서도 현대·기아차를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2014년까지 연간 80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되면, 더 이상 생산증가를 위한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브랜드 경영에 집중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규모 증대보다는 브랜드 경영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에 현대·기아차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업주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강한 브랜드가 있어야 근로자가 동일한 노동을 하더라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목표를 실현해 가려면, 이미 세계 최강의 자동차 브랜드를 가진 일본 및 독일과 경쟁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 자동차 회사의 경우 근로자들의 높은 장인정신과 더불어 선진국으로서 사회가 안정돼 있고 근로자 파업이 없는 것도 최강의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 큰 몫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노조는 13일, 20일로 예정된 금속노조 경고 파업에 참여를 준비 중이다. 무분규 4년 만에 파업을 시도하는 현대차 노조는 10일과 11일 조합원을 상대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물었다.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25년간 파업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전례가 없어, 파업 준비는 사실상 완료된 셈이다. 이번 파업은 비정규직 문제해결 등을 위해 금속노조 파업에 참여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현대·기아차의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므로 근로자의 몫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수익 증가가 과연 ‘그들이 잘해서’ 혹은 ‘그들의 경쟁력 향상’ 때문일까. 현대·기아차의 매출 구조를 보면 해외 수출 80%, 국내 판매 20%로, 해외수출이 잘되면 매출 및 이익이 증가하는데 그 이익 증가의 일등 공신은 일본의 부진과 유리한 환율이다.

일본의 빅3는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내우외환, 즉 엔고와 동북지역 대지진을 겪어왔다. 2008년 1월~2012년 6월까지 엔화 가치는 월평균 환율기준으로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각각 26%, 15% 상승했다. 일본 빅3 회사가 달러 및 유로에 대한 엔고를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설상가상으로 2011년 3월 동북부 대지진까지 겹쳐, 일본 자동차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반면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 달러화 및 유로화 대비 각각 24%, 5% 하락했다. 현대·기아차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에서 최대 수혜자였다. 환율 변동의 차이로 인해 현대·기아차는 자국에서 제조해 미국 시장으로 수출할 경우, 일본 자동차보다 약 50%의 가격 경쟁력을, 유럽시장으로 수출할 경우 20% 가격 경쟁력을 추가로 얻은 셈이다.

그러나 일본 빅3 회사의 악재가 현대·기아차에 선사한 행운의 시기도 끝나가고 있다. 일본 빅3는 동북부 대지진으로 공급망이 붕괴되는 가운데서도 경영자와 근로자들이 합심해 엔고의 원가부담을 줄이고 경쟁력 유지를 위해 피나는 혁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생산을 줄이고 환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해외 생산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들이 내린 근본 대책의 하나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도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부가가치가 낮은 중소형차에서 잘 나가고 있다는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소형차 부문에서 현대·기아차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일본의 빅3, 즉 도요타와 닛산, 혼다이기 때문이다.

‘남의 불행으로 얻은 행운’을 놓고 섣불리 분배에 열을 올릴 때인가. 아니면 일본의 빅3가 겪은 것과 비슷한 고난이 현대·기아차에 밀어닥칠 때를 대비해 야무지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자해야 할 것인가. 현대·기아차 노조와 경영진이 서로 진지하게 논의하며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종욱 < 서울여대 경제학 교수·자동차산업학회장 cgrh@sw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