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닥터 둠'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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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영 국제부 차장 bono@hankyung.com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지자 비관론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는 단연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전업 투자자인 마크 파버다. 두 사람은 CNBC와 블룸버그TV 등에 경쟁적으로 얼굴을 내밀어 암울한 전망을 쏟아낸다. 특히 루비니 교수의 활약은 대단하다. 그가 작년부터 경고해 온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동시다발적 악재에 따른 경제위기)’은 지겨울 정도다. 파버의 별명이었던 ‘닥터 둠’은 어느새 루비니 교수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비관론자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다. ‘브릭스’와 ‘성장 시장’이란 용어로 미래와 희망을 얘기하는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 같은 낙관론자들이 더 인기다. 그래서인지 비관론자 스스로도 “원래 비관론자는 아니다”고 말한다. “난 영원한 약세론자(bear)는 아니다.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면 내가 제일 먼저 말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루비니 교수가 한 말이다.
반갑지 않은 비관론자의 부상
루비니 교수는 2005년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어진 경기침체 등을 정확히 예측했다고 해서 명성을 얻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경제학계에서 그의 저술 인용 빈도는 세계 512위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100대 석학’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콘퍼런스 등에 단골 손님으로 초대된다.
흥미로운 것은 루비니 교수가 이머징 경제 전문가란 점이다. 오닐 회장처럼 신흥시장을 오래 들여다 본 사람들은 대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루비니 교수 이전에 월가에서 비관론자로 유명했던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도 마찬가지다. 2001년 ‘더블딥(일시적 경기회복 후 재침체)’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주목받았던 로치 전 회장은 잘 알려진 ‘중국통’이다. 2년 전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을 때 비관론자가 된 이유를 물었더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비관적인 것은 미국과 유럽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시장에 관해서라면 난 낙관론자다.”
몸값 고공행진 계속될 듯
그런 점에서 루비니 교수가 줄기차게 비관론을 설파하는 것은 의외다. 이란계 유대인으로 터키에서 태어난 그는 이탈리아에서 학부를 마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경제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약 20년 동안 예일대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미 중앙은행(Fed), 이스라엘 중앙은행 등을 거치며 아시아와 남미 경제를 주로 연구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신흥국가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신용 거품이 미국에서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를 발견했다”며 비관론자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경제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의 전례를 분석해 신흥시장의 미래를 전망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면 제일 먼저 ‘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날은 아직 멀어 보인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주범인 유럽은 여전히 삐걱댄다. 유럽 정상들은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과 은행 지원에 합의했지만, 방법론을 놓고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위험 수준인 연 7% 선을 오르내리고 있고, 이탈리아 구제금융설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선 민주당과 공화당이 사사건건 대립하느라 정치적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이 헤매고 있는 사이에 비관론자들의 몸값만 계속 오르고 있다.
박해영 국제부 차장 bono@hankyung.com
비관론자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다. ‘브릭스’와 ‘성장 시장’이란 용어로 미래와 희망을 얘기하는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 같은 낙관론자들이 더 인기다. 그래서인지 비관론자 스스로도 “원래 비관론자는 아니다”고 말한다. “난 영원한 약세론자(bear)는 아니다.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면 내가 제일 먼저 말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루비니 교수가 한 말이다.
반갑지 않은 비관론자의 부상
루비니 교수는 2005년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어진 경기침체 등을 정확히 예측했다고 해서 명성을 얻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경제학계에서 그의 저술 인용 빈도는 세계 512위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100대 석학’에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콘퍼런스 등에 단골 손님으로 초대된다.
흥미로운 것은 루비니 교수가 이머징 경제 전문가란 점이다. 오닐 회장처럼 신흥시장을 오래 들여다 본 사람들은 대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루비니 교수 이전에 월가에서 비관론자로 유명했던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도 마찬가지다. 2001년 ‘더블딥(일시적 경기회복 후 재침체)’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주목받았던 로치 전 회장은 잘 알려진 ‘중국통’이다. 2년 전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을 때 비관론자가 된 이유를 물었더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비관적인 것은 미국과 유럽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시장에 관해서라면 난 낙관론자다.”
몸값 고공행진 계속될 듯
그런 점에서 루비니 교수가 줄기차게 비관론을 설파하는 것은 의외다. 이란계 유대인으로 터키에서 태어난 그는 이탈리아에서 학부를 마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경제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약 20년 동안 예일대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미 중앙은행(Fed), 이스라엘 중앙은행 등을 거치며 아시아와 남미 경제를 주로 연구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신흥국가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신용 거품이 미국에서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를 발견했다”며 비관론자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경제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의 전례를 분석해 신흥시장의 미래를 전망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면 제일 먼저 ‘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날은 아직 멀어 보인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주범인 유럽은 여전히 삐걱댄다. 유럽 정상들은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과 은행 지원에 합의했지만, 방법론을 놓고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위험 수준인 연 7% 선을 오르내리고 있고, 이탈리아 구제금융설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선 민주당과 공화당이 사사건건 대립하느라 정치적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이 헤매고 있는 사이에 비관론자들의 몸값만 계속 오르고 있다.
박해영 국제부 차장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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