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투자자 "팔고 보자"…개포, 두 달 새 1억원 급락
“지난 5월 이후 두 달 만에 1억원이 빠진 매물이 쏟아지고 있어요. 집값 좋을 때 대출을 끼고 매입한 사람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습니다.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 급매물로 내놔도 문의전화 한 통이 없어요.”(개포주공 1단지 S공인 관계자)

전체 1만여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 개포동 개포지구 아파트 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부가 ‘5·10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을 내놓은 지 2개월 만에 최대 1억원이나 빠졌다.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26일 1단지 50.6㎡(4층) 아파트가 8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18일 5층에 있는 같은 면적의 물건은 7억500만원에 팔렸다.

현지 중개업소들이 얘기하는 호가도 일제히 1억원 정도 내렸다. 개포주공 1단지 36㎡형은 5·10 대책 직전 6억1000만원이었으나 이날 기준 5억1000만원으로 하락했다. 2단지 72.6㎡형은 같은 기간 10억원에서 9억3000만원으로, 4단지 49.5㎡형도 8억4000만원에서 7억4000만원으로 각각 내렸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도 지금처럼 큰 폭의 하락은 없었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집값이 떨어질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재건축 투자자 "팔고 보자"…개포, 두 달 새 1억원 급락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포주공 집값 하락에 대해 주택시장 장기 침체에 한계를 느끼는 ‘대출 투자자’들이 많은 데다 최근 소형 아파트 비율이 30%로 늘어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인 점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인근 K공인 대표는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가 많은 개포주공에서 소형과 임대주택이 늘어난 탓에 투자자들이 외면하면 시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재건축 여건이 나빠졌는데도 서울시에서는 개발이익을 줄이려고만 하니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같은 재건축 추진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주공 5단지도 두 달 전에 비해 시세가 4000만~5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