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파워블로거 '광파리', 김광현 한국경제신문 IT전문기자를 소개합니다.



“막상 블로그를 열고 보니 겁이 나네요. 남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려면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라야 하는데 기자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잖아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아는 것 위주로 쓰겠습니다. 공정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2008년 4월 20일, 김광현 한국경제신문 IT전문기자(당시 기획부장)가 자신의 블로그 프롤로그로 쓴 ‘블로그를 열면서’라는 글의 맺음말입니다. 참고로 ‘광파리’ 블로그는 '광파리의 글로벌 IT이야기' (http://blog.hankyung.com/kim215) 입니다.

IT부장을 4년이나 한 직후였기에 ‘IT 전문가’라고 자부할 만도 한데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서 겁이 난다고 했던 그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실명 ‘김광현' 대신 필명 ‘광파리'로 블로깅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4년이 더 흘렀습니다.

아직도 “김광현 기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검색창에 ‘김광현’을 입력하면 SK와이번즈 김광현 투수 사진과 기사만 쏟아집니다.

그렇다고 4년 동안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김광현 기자’ 대신 ‘광파리 블로거’라는 새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광파리’는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IT 블로거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광파리’ 필명 앞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습니다. ‘파워블로거’.

‘김광현 기자’에서 ‘파워블로거 광파리’로 변신한 지난 4년을 숫자로 정리해봤습니다.

‘숫자로 본 광파리’ (2012년 7월4일 기준)

8만5212
‘광파리’ 트위터 계정(@kwang82) 팔로워 수

1만6806
‘광파리’ 구글플러스 계정을 서클에 추가한 구글플러스 사용자 수

9740
‘광파리’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IT 관련 트윗 수

6404
페이스북에서 ‘광파리’의 타임라인을 구독하는 사람의 수

4378
‘광파리’ 트윗을 트위터 리스트에 추가해 따로 구독하는 사람의 수.

3
국내 신문/잡지 기자 트위터 영향력 순위(‘twtkr’ 집계). 1위는 ‘나는 꼼수다’ 멤버인 시사인 주진우 기자, 2위는 한겨레 허재현 기자.

1.3
새로운 블로그 글 하나를 공개하는데 걸린 평균 일수. 2008년 4월 이후 모두 1103개의 글을 1.3일에 하나 꼴로 발행. ‘광파리’ 한경 블로그에 883개, ‘광파리‘ 블로그스팟 (kwang82.blogspot.kr)에 220여개 발행.

‘광파리’를 좀 더 객관화하기 위해 숫자로 정리해본 건데요. ‘광파리 영향력 있다’ ‘광파리 유명하다’를 뒷받침해주는 큰 숫자들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큰 숫자들보다 ‘1.3’이라는 가장 작은 숫자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독자 여러분, 혹시 블로그 운영해보신 적 있나요?

특정 분야에서 4년 넘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1.3일에 하나씩 글을 써서 블로그를 채우는 일, 결코 쉽지 않습니다. 광파리’의 전문성과 영향력을 떠나 끈기와 성실함이 그의 ‘필살기’인 듯 합니다.

<한국경제> 페이스북 팬페이지 독자분들께 ‘페이스북 스페셜’로 ‘광파리’ 김광현 전문기자를 떳떳이 소개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도 하루하루 종이신문에 들어갈 기사를 마감해야 하는 샐러리맨이고,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왜 바쁘지 않겠습니까?

전통매체 기자들을 향해 ‘기사 쓰는 것 말고도 SNS에서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개인미디어를 통해 전문성을 키워보라’는 뉴미디어 전문가들의 조언은 오래 전부터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신문에 들어갈 기사 쓰기도 바쁜데 블로그 그리고 SNS까지 도대체 어떻게 다 하라는 거야”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기자들이 더 많은 게 한국 언론계의 현실입니다.

‘광파리’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라 큐레이터’라며 큐레이터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종이신문의 한계를 뛰어넘어 온라인 큐레이터로서 큰 흐름을 정확히 짚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종이신문에 대해서는 “잘나갈 때 만들어진 생각과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광파리’ 김광현 IT전문기자를 <페이스북 스페셜>로 소개합니다. 기자가 ‘광파리’를 인터뷰한다고 하니 ‘광파리’의 팬을 자처하는 두 분의 뉴미디어 전문가도 그 자리에 부랴부랴 참석하셨습니다.

일순간 ‘제1회 광파리 팬미팅’이 된 이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경 팬 페이지(http://www.facebook.com/hankyungmedia)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날짜: 2012년 6월 27일 오후 6시
@장소: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13층 소회의실
@참가자: ‘광파리‘ 김광현 한국경제신문 IT전문기자,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박사,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 에디터 최진순, 김민성 기자



(최진순 기자) 트위터, 블로그 등 SNS 활동이 부지런하고 열성적입니다. 독자들이 이곳저곳에서 하루에 보통 1건 이상씩 김광현 기자의 글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광파리) 전에는 비교적 차분하게 글을 써서 올렸는데 요즘은 대개 메모 형태로 올리고 있습니다. 종이신문에 기사 쓰고, 블로그 2개에 글 올리고,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까지 하다 보니 시간 내기가 참 어려워요. 플랫폼이 여럿이지만 용도는 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주 플랫폼은 블로그입니다. 트위터에서는 눈에 띄는 기사랑 제 블로그 글을 올리고, 페이스북은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구글플러스에서는 주로 엔지니어들과 소통을 하는데 제가 배우는 편이죠. 제가 이슈를 던지면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제가 잘 몰라서 물으면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그렇습니다.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마누라가 안경 꼭 쓰라고 하던데 ㅎㅎ...”하며 벗어놨던 안경을 썼다.

2008년에 최진순 기자 권유로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딱 1년만 미쳐보자. 그래도 답을 못찾으면 기자 그만두자'는 각오로 블로그를 시작했죠. 평소에 잠을 6시간쯤 잤는데 5시간, 4시간으로 줄였어요.

이런 식으로 1년쯤 미쳐서 살다 보니 그게 체질화 되더군요. 1년만 미치겠다고 해놓고 4년 이상 미친 놈처럼 살았어요. 하루 서너 시간씩 자도 무덤덤하고... 이렇게 바보 같이 살아도 되는가? ㅎㅎ.

(최진순 기자) 한 4년 동안 해오셨는데 처음부터 인기 있는 건 아니었죠?

(광파리) 지금도 인기 없어요.

(조영신 박사) 지금도 김광현이란 이름은 몰라요, 광파리면 알지.

(김민성 기자) 블로그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은 언제쯤이었나요?

(광파리) 블로깅 시작한지 서너 달쯤 지나면서 다음뷰에서 ‘베스트’에도 자주 오르고 연말에는 블로거대상 후보로도 오르고 그랬죠. 힘들 때 독자들이 격려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만뒀을 거에요.

블로깅 시작하면서 내공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미친 듯이 공부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큐레이터 역할에 충실하려고 해요. 전반적으로 판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고, 중간에 나타나는 현상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을 골라 전달해주는 역할만 하고 싶어요.

(김민성 기자) 기자-전문가-큐레이터가 많이 다른가요?

(광파리) 기자와 큐레이터는 비슷하죠. 기자가 전문가 되기도 어렵고 전문가가 좋은 기자 되기도 어렵고... 기자는 전문가들 얘기 듣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전달해주는 사람이죠. 그런 점에서 큐레이터라고 봅니다.

그런데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신문이 달라졌고 기자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온라인은 간단합니다. 뉴스가 발생하는 순간 기사 쓰고, 기사 다 썼으면 바로 전달하고... 이것이 독자의 바람이기도 하죠.

종이신문은 반나절이나 늦게 소식을 전하잖아요. 그렇다면 뭔가 달라야죠. 똑같다면 누가 읽겠어요. 그런 점에서 기자도 반쯤은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큐레이터 노릇 제대로 하려면 뭘 좀 알아야잖아요.

(김태훈 소장)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는 게 온라인 공간인데요, 광파리 블로그에는 댓글이 많이 붙던데요. 기자 생활 하는데 도움이 되는지요? 아니면 잘못 써서 책 잡히지 않을까 두렵지는 않는지요?

(광파리) 요즘엔 블로그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등에서 의견을 주시는 분들이 많죠. 특히 구글플러스에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댓글을 많이 달아 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제가 큐레이터 역할에 만족한다고 했는데 사실 이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죠. 큐레이터가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면 안되잖아요. 소재 선별부터 토씨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책잡힐까 걱정하진 않아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실수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땐 시인하고 배웁니다. 제가 거짓말을 잘 못해서 거짓말 때문에 책잡힐까 걱정하진 않아요. 고등학교 때 충격을 받아서 기억력을 많이 잃었는데... 담임선생님 이름이 생각 안나고... 아버지 이름까지 생각 안나 엉엉 운 적도 있었거든요. 나중에 기억력이 회복됐지만 외우는 것은 자신 없어요. 그래서 거짓말 할 생각은 아예 안해요. 바보 곰팅이죠.

그런데 엉뚱하게 이런 단점이 강점으로 작용하더군요.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했다가 나중에 드러나면 책잡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아는 것만 쓰는데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술술 읽힌다”고 해요. 글이 쉽다는 거에요. 너무 무식한 티가 날까봐 때로는 살짝 아는 척 하는 경우는 있어요ㅎㅎ.

(김민성 기자) 기억에 남는 피드백을 준 독자는 누가 있을까요?

(광파리) 많아요. 블로그에서 댓글과 답글로 소통하던 초창기에는 익명으로 멘토 역할을 해준 분이 몇 분 계셨죠. 특히 ‘6508’님, ‘지나가다2’님은 참 아프게 지적해 주셨어요. 격려도 많이 해 주셨고.

요즘에는 블로그보다는 구글플러스나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피드백을 많이 주시죠. 구글플러스에는 거의 매일 저에게 도움을 주는 분이 수십명 계십니다. 엄밀히 따지면 피드백은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받죠. 댓글도 인간 냄새가 많이 나서 좋아요. 간혹 페이스북과 구글플러스에 같은 글을 동시에 올리고 비교해 보기도 하는데 확실히 많이 다릅니다.

트위터에서는 소통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새벽에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밤에 다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이런 식으로 ‘게릴라 트윗'을 하고 있으니 차분히 리플라이(답신) 하기 어렵죠. 트윗도 3년 넘는 기간 동안 9,500개밖에 못날렸어요. 하루 8개 남짓인데 독설 고재열 기자가 트윗 9개 날릴 때 1개 날린 셈이더군요. 독설은 대단한 순발력을 가지고 있는데 저한테는 그런 탤런트(재능)는 없는 것 같아요.

(김태훈 소장) 차기 정권에서 정보통신부 같은 부서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민성 기자) 이런 질문 좋아요, 하하하.

(조영신 박사) 그냥 쑥 들이미시는데요. 하하하.

(광파리) 이 이야기는 하기 싫은데...(웃음) 방통위 출입하다 보면 복장 터질 때가 많아요. IT 정책을 하는 부처라고 보기도 민망할 정도죠. 과거 정통부 시절에 비해 정책 진행 속도가 굉장히 느려졌어요. 상임위원 5명 합의로 정책을 결정하는 합의제 부처가 되다 보니 설명하고, 토론하고, 재검토하고... 엎드려서 일 안해도 티가 안나게 돼 있어요.



현 정부에서는 문화 체육 관광 방송 통신을 모두 관장하는 국회 문방위가 정보통신 관련 법안도 담당하는데요, 문방위는 여야가 방송을 놓고 첨예하게 맞붙는 최일선이잖요. 방송 싸움만 하다 보면 정보통신 관련 안건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막판에 급한 것만 몇 개 처리하고... 18대 국회 끝날 때까지 처리 못해 폐기한 게 산더미 같이 많아요.

국회에서 법안이 1년, 2년, 심지어 3년 이상 낮잠을 퍼질러 자고 있는데 담당 공무원들이 어떻게 일을 하겠어요. IT 분야는 워낙 변화가 빨라서 수시로 법을 고쳐줘야 하거든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마자 새 개정안을 밀어넣고...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데 이놈의 법안이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질 않으니... 업계에서는 복장 터진다고 아우성이고. 아이폰 국내에 들여온 게 2년 반밖에 안됐어요. 그 사이에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습니까. 그런데 법안이 2년, 3년 낮잠을 자면 어떡합니까.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시절에 비해 법안처리에 걸리는 기간이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해요. 도대체 IT에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최진순 기자) 정통부를 부활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조금 달라요. 이 정부 들어서면서 정통부를 능지처참해 네 토막으로 나눴는데요, 원래대로 복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는 생각 안해요. 하지만 현재 상태를 그대로 두면 안되요. 어떻게든 바꿔야죠.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시대이긴 하지만... 국회 상임위도 현행 문방위 체제는 문제 있어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는 전문가들이 검토해 봐야겠죠.

아이고,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했다. (웃음)

(김민성 기자) '카카오 보이스톡' 등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의 망중립성 현안에 대해 방통위가 방관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광파리) 눈치 보느라 많이 늦어졌죠. 그래서 담당자들 야단 맞았어요. 정보통신에 관한한 우리나라 빠르잖아요. 아이폰을 미국보다 2년반 늦게 내놨는 데도 일제히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고 LTE도 가장 빨리 달려가고... 초고속인터넷도 우리 만큼 구석구석 깔아놓은 나라는 없어요. 부작용이나 갈등도 가장 먼저 경험하죠. O양의 비디오부터... 역사가 길잖아요.

엠보입(모바일 인터넷전화)도 그래요. 일부 국가에서 오래 전부터 논의는 했지만 우리나라처럼 제1 이통사보다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사업자(카카오톡)가 엠보입 하겠다고 나선 나라는 없어요. 공무원들은 결정 못하고 우물쭈물 시간만 보내고... 공청회니 포럼이니 열어 의견도 듣는데 평행선이잖아요. 이해는 하지만 아쉬워요.

(조영신 박사) (분위기 바꾸며) 근데 왜 ‘광파리’죠? (최진순 기자) 기자들은 보통 자기 실명을 알리려고 하는데 필명을 알리면 손해 아닌가요?

(광파리) 김광현 이름 알려봐야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SK투수 김광현밖에 안 나온다니깐요. (모두 웃음). 필명을 ‘광파리’로 한다고 했더니 처음에 그대(최진순 기자를 가리키며)가 말렸잖아, 촌스럽다고ㅎㅎ.

(조영신 박사) 시골틱하죠, 전혀 IT스럽지 않아요. 좋게 이야기 하면 컨츄리틱 한데...(웃음)

(광파리) 제가 뭘 모르고 오만했어요. 계급장 떼고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별명을 만만하게 지어야 제대로 내공 테스트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처음엔 진짜 심했어요. 악플이 얼마나 많이 붙던지...

(조영신 박사) 저는 82학번이라서 그런 줄 알았어요.

(광파리) 아닌데~ㅎㅎ.

(조영신 박사) 82학번이 아니면, 날아다니는 파리? 플라이는 아닐 테고.. (허허)

(광파리) 제 생일이 음력 8월이에요. 이름에 ‘광’이 있으니 화투로 치면 광 중에서도 ‘팔광'이잖아요. 뒤집으면 ‘광팔'이고요. 그런데 일요일자 신문 발행하던 시절엔 토요일 오후엔 일찌감치 기사 마감하고 고스톱을 쳤어요. 그런데 선배들이 얼마나 잘 치던지... 저는 쳤다 하면 깨지는 거에요. 그래서 웬만하면 광 팔고 죽었는데, 후배놈이 “형은 왜 맨날 죽어? 광팔이야?” 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시도때도 없이 “광팔아” “광팔아" 하더라고요. 필명 지을 때 이게 생각나서 ‘광파리'라고 지었죠.

(김민성 기자) 광을 파는 사람의 겸손함과 방관자 같은 의미는 생각했었습니다.

(광파리) 맞아요. 구경꾼이죠. 구경꾼은 웬만해선 한쪽 편을 들지 않죠. 한놈이 반칙할 땐 “왜 너 반칙해!”라고 소릴 꽥 지르기도 하지만...

(조영신 박사) 이제 좀 이해가 되네요. 예전에는 광파리 글이 진단의 성격이 강했어요. 최근의 글은 “이런 일이 있었다”는 큐레이션 성격이 강해요. 갑자기 왜 이렇게 바뀌었나 했어요.

전문가들이 왜 1대1 논쟁하는 걸 싫어하냐 하면... 전문가라고 하면 답을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거든요. 큐레이터라고 하면 서로 소통하는데, 전문가라고 하면 질문이 들어오는 거죠. 근데 자기도 답을 모르거든요. 그런데 아는 척하기 시작하면 자기도 모르는 것에 답하면서 꼬이기 시작하거든요.

(광파리) 초창기 글을 보면 제 의견을 많이 넣었는데 지금 읽어보면 부끄러워요.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지금은 의견을 자제하고 전달에 충실하려고 하는데 큐레이팅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제된 글이든, 간단한 메모든 여러 단계에서 선택 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큐레이팅이란 말이죠. 그리고 중간에 짤막하게 큐레이팅 멘트를 넣곤 하죠.

제 생각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면 큐레이터 역할에 충실하고 싶어요. 산업 분야에서는 선악 문제보다는 선택 문제가 많거든요. 애플이 좋다, 구글이 좋다, 제가 한쪽 손을 들 순 없다는 얘기죠.

(조영신 박사) 개인적으로는 초창기에 의견이 담긴 글들이 좋았어요. 광파리의 입장을 보고 싶거든요.

(광파리) 제 생각을 차분히 쓰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쫓기면서 살다 보니 너무 어려워요.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그래서 지금은 골라서 던져주는 역할만 하고 있어요. 그래도 조 박사께서 그렇게 말씀 하시니 앞으로 의견을 좀더 많이 넣으려고 노력할께요. 고마워요.

*김광현 IT전문기자: 전자신문, 서울경제신문에 이어 1995년 한국경제 입사. 국제부, 사회부, 유통부, 생활경제부장, IT부장, 기획부장을 거쳐 현재 IT전문기자로 활동 중.

◆ [페이스북 스페셜]은 <한국경제> 페이스북 팬 페이지에서만 서비스되는 팬 페이지 전용 콘텐츠입니다. 소셜에디터 기자들이 실명을 걸고 페이스북 전용 콘텐츠를 별도로 생산하는 곳은 국내 언론사 중 <한국경제>가 유일합니다.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팬 페이지(http://www.facebook.com/hankyungmedia)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에디터 최진순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