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재정위기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자본시장에서 자금이 급격히 유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미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증권사 상반기 순익 30% 급감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개 주요 증권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모두 5천39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작년 상반기보다 28.9% 감소한 액수다.

이들 증권사의 상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2011 회계연도 4분기(올해 1∼3월) 순이익과 2012 회계연도 1분기(4∼6월) 순이익 전망치를 합산한 것이다.

현대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72.6% 감소했다.

동양증권은 작년 상반기 순이익 59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순손실 552억원으로 전환한 것으로 추산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달 발표되는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아 `어닝 쇼크'를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올해 들어 자본시장에서 유동성이 메말랐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만 해도 5조4천171억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4조706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2010년 3월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대폭 줄어든 것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과 중국의 경기악화로 인해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거래대금이 급감하면 수익의 40% 가량을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 의존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의 경쟁으로 브로커리지 수수료율도 낮아진 상황에서 거래대금의 감소로 인한 타격은 더욱 크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기업들이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미루는 상황도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

8개 주요 증권사들의 올해 하반기 순이익은 7천634억원으로, 상반기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투자증권 우다희 연구원은 "요즘과 같은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면 증권사들의 실적이 뚜렷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위기의 증권사 `악전고투'

극심한 업황 부진의 늪에서 증권사들이 살아남을 길은 비용 절감밖에 없다.

고강도 긴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들어 지점 수를 112개에서 99개로 통폐합했으며 홍콩 법인 인력도 11명 줄였다.

삼성증권도 지난 2월 홍콩 법인 인력을 최대 140명에서 30∼40명 수준으로 정리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현대증권 임원 11명이 사직했으며 작년 12월에는 삼성증권이 1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인건비 이외의 판매관리비도 증권사들의 우선적인 감축 대상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인력 감축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영업이나 마케팅 관련 비용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그나마 자금 유입이 이뤄지는 금융상품을 찾아 판매에 주력하기도 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선호가 남아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치하고자 특판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한혜원 기자 ljglory@yna.co.kr hye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