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하이마트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전자제품 전문점 사업에 날개를 달게 됐다. 하이마트(3조4000억원)와 기존 롯데백화점(4500억원), 마트(4600억원), 홈쇼핑(3200억원), 닷컴(2500억원) 등 기존 롯데 계열 유통부문을 합쳐 연간 4조8800억원대 매출을 주무르는 전자제품 유통의 강자로 떠올랐다. 또 전국 314개 하이마트 매장 확보로 그룹의 유통사업 부문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신동빈 회장 숙원사업 ‘날개’

전자제품 전문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롯데는 2007년 하이마트가 매물로 나왔을 때도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을 만큼 가전 유통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유진그룹에 고배를 마셨지만 롯데는 전자제품 전문점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했다.

이 사업은 롯데마트가 맡았다. 2009년 11월 서울역점에 일본 도시형 가전 판매 전문점인 요도바시카메라와 빅카메라를 벤치마킹한 체험형 디지털 가전매장 ‘디지털파크’ 1호점을 냈고, 지금은 12호점까지 늘렸다.


하지만 롯데 디지털파크 사업은 두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판매 가격과 매장 수다. 구매력과 점포 수에서 하이마트 등에 밀려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다.

○하이마트와 시너지 높아

하이마트 인수는 롯데의 이런 전자제품 전문점 사업의 성장 한계를 단번에 극복할 수 있는 호재다. 하이마트와 디지털파크, 롯데마트 가전 매장들을 통합한 구매 파워에 힘입어 롯데가 삼성·LG전자 등 제조업체와의 가격·상품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하이마트와의 통합 구매가 이뤄지면 납품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체 기획·단독 상품를 발주하기도 쉬워져 가격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비상경영’을 감안해 인수 금액을 크게 높이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롯데는 상권과 점포 크기를 고려해 하이마트 일부 매장을 디지털파크와 같은 체험형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2018년까지 전자제품 전문점 사업을 연간 1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운 롯데는 하이마트 인수를 계기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평가하고 있다. 양측 모두에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다. 정연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매장을 가전 양판점뿐 아니라 마트 상품을 결합하는 형태로도 운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하이마트 주가는 전날보다 11.15% 오른 5만7800원에 마감했고, 대주주 유진기업은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롯데쇼핑도 1.77% 상승한 31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LG전자, 롯데 견제할 듯

자체 유통망을 중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유통시장에서 ‘롯데 파워’가 커지는 것을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 유통시장은 가전 판매 전문점과 메이커 직영점·대리점, 대형마트·백화점 등이 균형을 이룬 가운데 삼성·LG전자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삼성·LG전자는 롯데가 이 시장을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견제 장치를 동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맞수인 신세계그룹이 롯데를 견제하기 위해 전자랜드 인수를 재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이마트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독자 생존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진 전자랜드도 신세계 측과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송태형/조진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