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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증자(曾子)의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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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2만달러·인구 5000만 시대
    그에 걸맞는 의식개혁 나서야

    김진환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zhkim@hmplaw.com >
    하루 세 가지를 반성한다는 증자(曾子)는 늘 믿음(信)을 지켰는지 되돌아봤다. 하루는 증자의 아내가 시장을 가는데 아이가 울면서 따라오자 무심코 “집에 가 있거라, 내가 돌아와서 돼지를 잡아주마”고 말했다. 시장에서 돌아와 보니 아이 말을 들은 증자가 돼지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아내가 “어린아이를 달래기 위해 그런 말을 했을 뿐인데 정말 돼지를 잡으면 어떻게 해요?”라며 만류했다. 그러나 증자는 “거짓말로 어린아이를 속이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속임수를 가르치는 것이요. 어머니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이 어머니를 믿지 않을 것이요”라며 기어코 돼지를 잡아서 삶았다. 다소 우직한 이야기이지만 믿음의 소중함을 큰 울림으로 깨우쳐주는 고사이다.

    우리 사회, 우리 교육은 어떠한가? 초고속 압축 성장과정에서 우리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믿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절차쯤은 무시해도 좋다고 치부하지는 않았는지, 우리의 자녀들에게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선을 가르치기보다 어떻게 하든지 남을 제치고 일등을 하라고 몰아세우고 채찍질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2008년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우리 청소년의 반부패의식을 조사해보니 17.2%가 “내 가족이 권력을 남용하거나 법을 위반해서라도 부자가 되는 것은 괜찮다”고 답했다고 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규범의식의 부재이다. 청소년 중 20%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뇌물을 쓸 것이다”고 답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감옥에 가도 좋다는 썩은 정신을 가진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니! 그들이 자라 이끌어 갈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표류할 것인가? 더욱이 우리의 국회, 정부, 법조기관을 낯선 사람 이상으로 적대시하는 뿌리 깊은 불신풍조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지난달 23일 세계 7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했다고 한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나 아직은 갈 길이 먼 느낌이다. 외형적인 경제수치에서 ‘기적’을 이뤘지만 참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이제 의식을 바로잡고 내실을 다져야 할 때이다.

    금년 2월 국민의 삶의 질에 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를 최하위 그룹으로 분류하면서 특히 “한국은 체코, 에스토니아 등과 함께 사회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매우 낮은 군에 속해 있어 신뢰 등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사회구성원 사이의 신뢰, 공동체의 규범의식, 네트워크의 결속력을 높이는 데 다함께 힘써야 할 것이다. 5000만번째 한국인으로 태어난 신생아의 해맑은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들 세대에게는 약속을 지키는 ‘증자의 믿음’이 확실한 깨우침으로 전달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김진환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zhkim@hmplaw.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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