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처리’ 논란 끝에 지난달 29일 서명 직전에 연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둘러싸고 정부 안팎의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는 2일 절차상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일단 국회와 국민의 이해를 구한 뒤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협정 폐지와 인책론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회가 개원했으니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문책론 역시) 상임위를 통해 논의할 테니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얼굴)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협정 추진 과정의 절차상 잘못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즉석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고 지적한 뒤 “국회와 국민에게 협정 내용을 소상하게 공개하고 설명해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또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협정이 즉석 안건으로 올라간 데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될지 보고를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직접 기자실을 찾아 “일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다른 데(청와대 국방부)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협정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 장관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김 장관은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올린 것은 정부의 결정이며 외교부의 판단이었다”며 “절차가 잘못됐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국민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책임론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외교부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대변인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책론 등) 그런 논의는 없었다”며 “총리가 이미 유감을 표명했고 국회에 가서 설명하기로 한 만큼 인책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장관 역시 “지금은 이해를 구하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 판단은 그 후에 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야당은 협정 자체의 폐기를 요구하며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총리 해임으로 끝날 게 아니라 협정을 폐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개원한 국회 본회의에서 협정 추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 대통령이 입장할 때 대부분 일어나지 않고 박수도 치지 않아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차병석/조수영/허란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