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9일 오후 2시5분 보도


올해 상반기 주식자본시장(ECM)에서 투자은행(IB)들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조 단위’의 빅딜(big deal)이 없었고 건수도 적었기 때문이다. 극심한 ‘딜 가뭄’ 속에 발행사와 함께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한 동양증권의 선전이 돋보였다.

◆동양증권, STX·동부그룹 ‘금융주치의’ 자처

29일 한국경제신문이 집계한 올 상반기(1~6월) E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동양증권이 총 2828억원을 주관해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월 2500억원 규모의 STX팬오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대표주관사를 맡은 게 결정적이었다.

상반기 ECM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이 딜은 사실 주관사 입장에선 리스크가 컸다. 작년 12월 STX조선해양이 1000억원 규모의 BW 공모 발행에 나섰다가 대규모 실권이 난 탓이다. 이 딜에서도 대표주관사를 맡았던 동양증권은 실권액 567억원 중 절반을 떠안았다.

곧바로 이어진 STX팬오션의 BW 공모 발행은 흥행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동양증권은 당초 2000억원으로 예정돼 있던 발행 규모를 500억원이나 더 늘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설사 실권이 난다 해도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수단에 이트레이드증권 등 7곳을 참여시켜 리스크를 분산했다.

결과적으로 동양증권의 이러한 결정은 상반기 ECM 분야 1등이란 ‘열매’를 맺게 했다. STX팬오션 BW 일반 청약에는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동양증권은 또 상반기 동부CNI의 547억원 규모 유상증자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STXㆍ동부 등 유동성이 부족한 그룹의 자금조달을 도맡은 동양증권은 기업의 ‘아픈 곳’을 종합적으로 치료하는 ‘금융주치의’를 자처하고 있다.

◆체면 ‘구긴’ 우리투자증권…상장시킨 동아팜텍 공모가의 60%에 거래

ECM 주관순위 2위는 대우증권이 차지했다. 주관액은 총 2644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최대어’ 휴비스의 상장 주관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휴비스의 공모액은 2000억원으로 중형 딜에 해당하지만 올 들어 IPO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든 탓에 가장 덩치가 큰 IPO 공모주로 꼽혔다.

대우증권은 한류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에스엠의 643억원 규모 유상증자 주관사도 맡았다. 지난해 YG엔터테인먼트를 성공적으로 코스닥에 데뷔시킨데 이어 에스엠의 유상증자도 주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IB 강자’ 우리투자증권은 3위에 머물렀다. 주관액은 총 1070억원으로 1위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건수(4건)는 가장 많았지만 동아팜텍(544억원) IPO 등 중소형 딜을 주로 맡았다. 그나마도 동아팜텍은 상장후 주가가 공모가(2만4000원)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어 ‘거품 공모가’ 논란을 야기했다.

◆외국기업 상장 엄두 못 내

‘중국고섬 사태’의 상처는 올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상장을 준비한 외국기업이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호주 기업 패스트퓨처브랜드(FFB), 중국기업 차이나그린페이퍼 등은 거래소 상장 심사까지 통과하고도 공모를 철회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외국기업을 외면한 탓이다.

이 때문에 FFB의 주관사 한국투자증권과 차이나그린페이퍼의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20억원 내외의 수수료 수입을 올리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이들 외국기업은 공모액의 4~5%대인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했었다.

그나마 상장에 성공한 일본 기업 SBI모기지는 공모가가 밴드 미만으로 결정된데다 대량 실권까지 발생해 주관사 하나대투증권에 부담을 안겨 줬다. 하나대투증권은 현재 SBI모기지 지분 9%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기업 중 현재 상장이 가시화 된 곳은 우리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공동 주관사 계약을 맺은 미국의 액세스바이오 정도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