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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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원 금융부장 iklee@hankyung.com
‘공짜 점심’이란 말은 19세기 말 미국의 골드러시 때 뉴올리언스주 술집(살롱)에서 금광 채굴 노동자들에게 공짜로 점심을 제공한 데서 유래했다. 빵, 수프, 소시지 등은 무료였지만, 노동자들이 즐겨마시던 위스키에 점심 값이 숨어있었다. 그럴듯한 마케팅의 일환이었을 뿐, 애시당초 공짜 점심은 없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각종 무상 시리즈가 쏟아져 나온 데 이어 요즘에는 다양한 서민금융지원 방안이 금융감독당국 주도로 마련되고 있다. 저신용·저소득계층의 소득이 늘지 않아 빚이 오히려 불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선제 대응하겠다는 당국의 정책의지를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빚을 갚지 못해 1개월 미만 단기 연체하는 저신용·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이자를 감면하거나, 원금을 분납하도록 하는 프리워크아웃제도도 같은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봇물터진 서민금융지원책
문제는 누가 재원을 대느냐다. 금융당국은 취약계층의 빚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항상 은행들이 앞장서 주길 바라고 있다. 숫제 서민금융 문제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식이다. 금융당국 수장이 은행장 또는 부행장들을 불러모아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내면 그게 바로 정책이 된다.
은행 영업이익의 10%를 떼서 연 소득 2000만원 이하 취약계층에 돈을 빌려주는 새희망홀씨대출도 그렇게 생겨났다. 상호금융회사와 저축은행은 비슷한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을 선보였다. 작년 3월에는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이 출시됐다. 최근에는 금융사의 법인카드 포인트까지 활용해 서민금융 대출을 강화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양극화 심화로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진다고 해서 정부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미국에서 1977년 제정된 ‘지역사회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 법은 가난한 계층이 모기지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저소득층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인수·합병 때 불이익을 주는 등 엄하게 다스렸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은행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에 나섰고, 이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 회사들까지 가세해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진 것이다.
도덕적 해이 막아야
은행을 통한 퍼주기식 서민금융지원은 자칫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 형평성 논란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연체가 발생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를 자산관리공사(캠코) 같은 공공기관에 신속히 넘겨 원칙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원토록 해야 한다. 도와주려면 자생이 가능한 사람부터 지원해야 한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도와야 한다. 사회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부터 보호하는 갱생형 지원제도여야 한다. 그게 시장 원리에 맞다.
은행은 돈을 벌어서 세금을 더 내고, 정부는 재정으로 저신용·저소득자를 돕는 게 바람직하다. 서민금융 지원에 한국은행을 끌어들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재정이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인식이 전체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장기적 안목으로 서민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익원 금융부장 iklee@hankyung.com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각종 무상 시리즈가 쏟아져 나온 데 이어 요즘에는 다양한 서민금융지원 방안이 금융감독당국 주도로 마련되고 있다. 저신용·저소득계층의 소득이 늘지 않아 빚이 오히려 불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선제 대응하겠다는 당국의 정책의지를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빚을 갚지 못해 1개월 미만 단기 연체하는 저신용·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이자를 감면하거나, 원금을 분납하도록 하는 프리워크아웃제도도 같은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봇물터진 서민금융지원책
문제는 누가 재원을 대느냐다. 금융당국은 취약계층의 빚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항상 은행들이 앞장서 주길 바라고 있다. 숫제 서민금융 문제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식이다. 금융당국 수장이 은행장 또는 부행장들을 불러모아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내면 그게 바로 정책이 된다.
은행 영업이익의 10%를 떼서 연 소득 2000만원 이하 취약계층에 돈을 빌려주는 새희망홀씨대출도 그렇게 생겨났다. 상호금융회사와 저축은행은 비슷한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을 선보였다. 작년 3월에는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이 출시됐다. 최근에는 금융사의 법인카드 포인트까지 활용해 서민금융 대출을 강화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양극화 심화로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진다고 해서 정부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미국에서 1977년 제정된 ‘지역사회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 법은 가난한 계층이 모기지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저소득층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인수·합병 때 불이익을 주는 등 엄하게 다스렸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은행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에 나섰고, 이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 회사들까지 가세해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진 것이다.
도덕적 해이 막아야
은행을 통한 퍼주기식 서민금융지원은 자칫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 형평성 논란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연체가 발생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를 자산관리공사(캠코) 같은 공공기관에 신속히 넘겨 원칙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원토록 해야 한다. 도와주려면 자생이 가능한 사람부터 지원해야 한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도와야 한다. 사회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부터 보호하는 갱생형 지원제도여야 한다. 그게 시장 원리에 맞다.
은행은 돈을 벌어서 세금을 더 내고, 정부는 재정으로 저신용·저소득자를 돕는 게 바람직하다. 서민금융 지원에 한국은행을 끌어들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재정이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인식이 전체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장기적 안목으로 서민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익원 금융부장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