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19대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세비반환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국회법에서 정한 시한대로 국회 문을 열지 않으면서 세비를 받아가는 것은 부당이익이라는 것이다. 때맞춰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도 가세했다. 국회가 신임 대법관 4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이들의 임기 개시일인 7월11일까지 처리하지 않으면 대법원 재판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법조계가 입을 맞춘 듯 일제히 정치권을 다그치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모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다. 개원 협상은 상임위원장 자리배분에다 민간인 불법사찰, 언론사 파업 등과 관련한 국정조사니 청문회니 하며 벌써 한 달 가까이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원포인트 국회, 원샷 국회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해외토픽 감이다. 정치권이 본업을 제쳐놓고 국회의원 특권폐기 같은 정치 쇼나 벌이고 있다. 불량정치, 불량국회다.

그렇지만 법조계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엄포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 그 자체가 정치행위에 불과하다. 변협이 주장하는 대로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부당이익임을 입증하는 것부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법리적으로 소송대상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변협은 지역구별로 국민 소송단을 모아 위자료까지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법정에서 다투자는 말도 전문가인 법조인이 하면 달라진다. 항변이나 호소가 아닌 공갈이 되고 만다. 여기에 법원행정처까지 대법관 임명이 늦어지면 사법대란이 올 것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법조계가 약속이나 한 듯 일시에 입법부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이 입법부 독립 침해라고 비판하고, 민주당이 소송 이벤트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국회와 정치는 다르다. 국회 문을 열어볼 생각조차 없는 정치권을 옹호할 까닭이 없다. 입법부의 무능과 책임회피도 그렇다. 그러나 사법부 혹은 법조가 입법부를 공격하는 것 역시 찬성하기 어렵다. 변협이 세비반환이니 위자료니 하며 소송을 들먹이는 것 역시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예의라고는 없어진 권력기구들이다. 왜들 이러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