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빌딩도 수익 천차만별…'현미경' 관찰해야
“강남 빌딩이라고 다 좋은 물건은 아닙니다. 땅의 용도를 확인하고 임대료와 유동인구까지 점검해야 합니다.”(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

한국경제신문과 신한은행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고준석 박사의 자산관리 멘토스쿨’이 수익형 상가 필드아카데미를 지난 19일 실시했다. 40명의 멘티들과 고 지점장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매물로 나온 상가와 빌딩 20여개를 직접 둘러봤다. 투어 초반 멘티들은 수익형 상가에 대해 낯설어 했다. 투자해 본 경험이 없어서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일부는 매수를 위해 매물을 확인하기도 했다.

○강남 빌딩도 수익성 천차만별

강남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상업·업무 지역이다. 기업 임대 수요가 몰리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기임에도 매매가격과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 문제는 매매가격이다. 공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가격이 비싼 편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감언이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원석과 같은 좋은 상가를 매입하면 은행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면서 월급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곳 또한 강남이다.

고 지점장은 “강남이라도 입지에 따라 투자가치는 천차만별”이라며 “우성아파트 주변, 양재역 사거리의 퇴근길과 인접한 곳, 대치동 학원가 주변 등의 입지가 좋다”고 추천했다. 고 지점장은 강남 상권 중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으로 도산대로 언주로 도곡로 주변 등을 꼽았다. 그는 “도산대로는 강남에서 전철이 안 들어가는 유일한 대로변으로 상권이 좋지 않다”며 “언주로 상권도 좋은 편이 아니고, 도곡로는 너무 넓은 데다 삼호아파트의 출입구가 나 있지 않은 게 약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좋지 않다고 꼽은 지역 일부 상가에는 ‘임대’, ‘특급임대’ 등의 간판이나 게시물들이 붙어 있었다. 시세보다 싸게 건물을 매입하더라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강남 상가의 복병은 ‘비탈’과 ‘대로’

고 지점장은 강남 상권의 두 가지 복병으로 ‘비탈’과 ‘대로’를 꼽았다. 강남에서는 의외로 비탈에 자리잡은 상가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비탈로 올라가는 상권은 유동인구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그렇다 보니 비탈 여부에 따라 매매가격이 3.3㎡당 5000만원가량 차이나기도 한다. 왕복 4차선 이상의 대로도 상권과 유동인구를 갈라 놓는 걸림돌이다. 2차선 이내 차로면 길을 건너다니는 인구도 유동인구가 돼 상가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4차선 이상의 대로는 상권을 단절시킨다.

고 지점장은 남향(向)보다 북향을 좋은 상가로 꼽았다. 남향 상가의 경우 진열한 상품의 전시 효과가 크지 않아서다. 반면 북향은 상품이 변질될 염려도 적고 전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가의 생김새도 중요 체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주차장이 앞에 있거나, 1층에 필로티 설계를 도입한 건물은 투자 매력이 낮다고 봤다. 주차장이 앞에 있으면 통행에 지장을 준다. 건물 앞이 안 보여 고객들을 유인하기도 어렵다. 1층이 상가가 아닌 주차장인 경우 임대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가 앞에 녹지축이 형성된 것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녹지에 막혀 고객 유입이 어려워서다. 이런 사례로 도곡동 대로변 인도를 따라 조성해 놓은 녹지를 들었다.

○임차인을 살펴라

고 지점장은 상가를 매입할 때 ‘사기’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건물을 팔기 위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짜고 ‘가장 임차인’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며 “상권이 의심스러울 때는 최근 2년간 임대료가 입금된 통장을 확인하라”고 귀띔했다.

은행 지점은 임차인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도 밝혔다. 은행은 오후 4시면 문을 닫아 버리기 때문이다. 고 지점장은 “상가 활성화를 위해서는 1층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1층의 문이 닫혀 있으면 위층 상권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은행을 임차인으로 선호한다고 고 지점장은 설명했다.

대기업 계열의 프랜차이즈나 커피숍 등은 꾸준히 임대수익을 낼 수 있고 매장 자체의 개방감이 있어 1층 상가로 적절하다는 평가다.

고 지점장은 “종잣돈이 많지 않다면 ‘구분상가’를 노릴 만하다”고 말했다. 구분상가란 층이나 호와 같이 일정 규모별로 구분 등기가 가능한 상가다. 목이 좋은 구분상가라면 적은 투자금으로 임대수익을 올리거나 직접 장사를 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신한은행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고준석 박사의 자산관리 멘토스쿨’은 다음달 5기를 모집할 예정이다. 문의는 신한은행 청담역지점(02-516-4600)이나 ‘아이러브 고준석과 부동산재테크’ 카페(http://cafe.daum.net/gsm888)로 하면 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