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파면’, ‘해파리’, ‘뿔 달린 청장’.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수식하는 말은 너무나 많다. ‘수원 살인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현직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등으로 인해 소환조사를 받고 있고, 일부 언론과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가 이제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아 책을 펴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 그가 훌륭한 경찰인 이유
'조현오 도전과 혁신(한국경제신문)'은 그 동안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여러 가지 주제를 솔직한 시각으로 다루면서, ‘쌍용차 파업사태 해결’, ‘밤의 황태자 이경백 구속’, ‘양천경찰서 가혹수사 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 얽힌 뒷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또한 그동안 경찰이 추진했던 다양한 경찰개혁 이야기와 앞으로 경찰이 가야 할 길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어, 우리 시대 진정한 경찰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한다.

16대 경찰청장 ‘조현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조파면’, ‘해파리’, ‘뿔 달린 청장’ 등 그를 수식하는 별명도 대부분 곱지 않았고, ‘성과주의’나 ‘수사권 조정’ 등의 여러 안건으로 인해 그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비난 어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코 변화와 개혁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궁금해진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기에 그토록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고수할 수 있었던 걸까?

이 책에는 번듯하게 생긴 모습(?)과 달리 찢어지게 가난했던 조현오의 어린 시절, 남들이 다 선망하는 외교관의 길을 버리고 홀대받던 경찰에 입문하게 된 과정, 경찰이 된 후 그가 추진했던 여러 가지 경찰개혁 이야기, 그리고 재임 시절 있었던 굵직한 사건에 얽힌 뒷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또한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여러 구설수에 대한 진실과 그에 대한 심정을 솔직히 밝히고 있다.

경찰 조현오는 힘든 개혁의 길을 선택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면 왜 조현오는 그토록 어려운 길을 선택했는가?

예를 들어 검찰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킨 수사권 조정,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국민들이 만일 경찰에게 피해를 입었다면 그 억울함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에게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나? 사실 경찰 입장에서는 검찰의 하수인으로 살아가면 특권층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독립이나 조정을 운운하며 힘든 길을 선택했을까. ‘지긋지긋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언론의 비난도 받지 않을 수 있는데 말이다.”

인사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단행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경찰 관련 부패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이나 국민들은 경찰관 개인(police officer)이 아니라 집합명사로서의 ‘경찰 전체(the police)’를 비난했다. 그것은 일종의 심리적 연대책임과도 같았다. 10만 경찰 중 단 1명이라도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면 나머지 경찰관들도 무의식적으로 죄의식을 느끼는 것이다. 극히 일부 부정부패 경찰관들 때문에 묵묵히 헌신적으로 맡은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경찰관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는 일은 없어야 했다.”

이 책에는 경찰 조현오의 여러 이야기 외에도, 앞으로 경찰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경찰의 정체성을 다룬 부분에서, 그는 위험의 방지라는 ‘행정법적 사고’를 강조하며 이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을 당시, 아무도 진짜 산사태가 일어날지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경찰관이 스스로의 판단 하에 교통통제를 지시했다. 덕택에 더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경찰관은 어떻게 됐을까? 덧붙여 우리는 얼마나 경찰을 욕했을까? 분명 경찰의 과잉 통제라며 언론은 떠들었을 것이고, 국민들은 비가 와서 막히는 출근길을 더욱 붐비게 만든 경찰에 대해 분노했을 것이다. 즉,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을 미리 예방하는 ‘행정법적 사고’는 이를 수용하는 사회 분위기 없이는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이렇게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진정 국민을 위한 경찰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부분을 점검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표지 디자인을 담당한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는 "조폭도 때려잡는 무서운 경찰청장님 얼굴에 장난쳤다가 ‘혹여나 저 눈가의 시퍼런 멍이 내 얼굴에 생기지는 않을까?'라고 노심초사하며 디자인 시안을 처음 보여주던 그 날, 단 1초도 주저하지 않고, '하하하. 좋습니다. 이걸로 합시다'라며 짧고 대범한 결정을 내려준 사람"이라며 감탄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