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탓…5억 대출자 4천만원 상환 '폭탄'
LTV 높아지자 상환 압박…일부선 신용대출 전환 유도
"집값 떨어진 것도 속상한데…" 대출자, 돈 마련 못해 '발동동'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만기가 돌아온 빚 일부를 갚아야 하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일제히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LTV 70~80% 대출 급증
시중 은행들은 담보인정비율(LTV)을 평균 60% 수준으로 유지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 가격 하락세 때문에 LTV가 70~80%에 이르는 경우가 왕왕 생기고 있다. 집값이 추가로 떨어지면 대출부실 위험이 커진 은행들이 만기를 연장해주면서 5~20%씩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이유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집값이 계속 하락하기 때문에 일부 LTV 비율이 높아진 만기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가급적 대출자의 형편에 따라 만기연장 시 원금의 10%를 상환하도록 하거나 분할상환대출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말에는 만기연장 시 원금 상환 요청 비중이 10%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15~20% 수준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부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경우 부족분을 신용대출로 바꿔준다”고 말했다. 연 4~5% 금리의 담보대출을 연 7~8% 신용대출로 바꾸면 대출자의 금리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수도권 외곽에 원금 상환 요청 몰려
시중 은행들에 따르면 원금 상환 요청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수도권 외곽지역이다. 집값이 2~3년 전보다 20~30%씩 떨어진 아파트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8년 초에 비해 17.32% 하락했다. 김포(14.38%) 파주(11.8%) 등도 10%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용인 동백점공인 관계자는 “용인 동백지구 백현마을 등은 2007년에 비해 집값이 30~40%나 떨어졌다”며 “집주인들이 담보대출 연장을 못해 고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김포 감정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인근 85㎡ 아파트 값이 2억3000만원으로 4년 전보다 1억원은 빠졌다”며 “집값 급락에 이자 부담, 원금 상환 요청까지 겹쳐 아파트를 팔려는 집주인이 많지만 매수세가 없어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 등 수익형부동산 자산가치가 떨어진 경우에도 매몰차게 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박모씨(68)는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 50㎡ 감정가가 작년 5월 1억2500만원에서 올해 1억1000만원으로 10% 이상 하락했다. 이 때문에 은행에 빌린 돈 1억원 중 1000만원가량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1년 만기연장을 받았다.
이상은/강동균/김진수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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