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새 대통령으로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메드 무르시(61) 후보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그가 실질적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과도 정부를 이끄는 군부가 지난 17일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마감 직후 임시 헌법을 발동해 그들의 권력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임시헌법은 지난해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퇴진하고 나서 그해 3월 국민 투표로 가결된 헌법 개정안에 부칙을 추가한 형태다.

이집트 법조계 전문가들은 기존의 개헌안이 새 대통령의 권한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새 대통령이 등장하더라도 '진짜 통치자'가 누구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시헌법에 추가된 조항을 살펴보면 군최고위원회(SCAF)에 새 헌법이 제정될 때까지 군병력을 지휘 통솔하는 권한과 입법권 등 막강한 권한이 부여됐고 새 대통령은 내각을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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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헌법이 제정될 때까지 임시헌법의 효력이 유지되는 한 군부가 통수권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임시헌법 제53조에 따르면 현직의 SCAF 위원들이 군사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책임지며 현 SCAF 위원장은 새 헌법이 제정될 때까지 군 총사령관과 국방장관을 맡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제53조 1~2항을 보면 대통령은 SCAF 승인 하에서만 전쟁을 선포할 수 있고 대통령이 국내 혼란 발생 시 치안 확보와 질서 유지를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려면 SCAF의 승인을 받게 돼 있다.

사실상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군사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결정도 자체적으로 내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제56조를 보면 SCAF는 새로운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입법권을 보유할 수 있게 돼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4일 의회 해산 명령을 내리자 군부는 이를 근거로 현 의회 해산을 명령하고 의원의 의사당 출입을 금지했다.

제60조는 제헌의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 SCAF가 1주일 이내 모든 사회 당파를 대표하는 새로운 제헌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돼 있다.

제헌의회에 의해 최대 3개월 이내 헌법 초안이 작성되면 15일 내 국민투표를 통해 가부를 결정하고 헌법 승인 후 1개월 이내에 총선을 실시한다는 것이 임시헌법에서 제시한 일정이다.

다만, 대통령과 SCAF 위원장, 총리, 사법위원회 위원장, 제헌의회 의원 5명은 헌법 초안의 어떠한 조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집트 변호인연합회의 사메흐 아슈르 회장은 알 아흐람에 " 금의 임시법은 SCAF 위원장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주고 있다"며 문제점이 적지 않음을 비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