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투어…中 차기 실세 '4조 투자 유치'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후보군에 들어 있는 쑨정차이(孫政才) 지린(吉林)성 당서기의 2박3일 방한 행보에 이목이 쏠려 있다.

쑨 서기는 19일 저녁 다음 방문지인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떠날 때까지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포스코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국내 기업 총수와 경영인들을 잇따라 만나는 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그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외교통상부 초청으로 지난 17일 방한했다. 천웨이건(陳偉根) 부성장, 가오푸핑(高福平) 부비서장 등 지린성 관료·기업인 100여명을 이끌고 왔다.

쑨 서기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한국-지린성 경제무역 교류회’에 참석, “올해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경제 협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주문했다.

이날 48개 국내 기업들은 지린성 내 48개 인민 정부·기업들과 개별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협약을 맺었다. 협력 분야가 농업·건설·에너지·유통·관광 등으로 다양하며, 논의 중인 투자금액만 중국돈 213억위안, 원화로 따지면 약 3조9000억원에 이른다고 상의 측이 설명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설영흥 현대차 부회장, 신박제 NXP반도체 회장 등 300여명의 기업인과 정부 인사들이 지린성 방한단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쑨 서기는 행사가 끝난 뒤 롯데호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점심을 함께하며 롯데마트 점포 확대 등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어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를 방문, 박영호 SK차이나 총재와 40여분간 면담했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지속가능 발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브라질 출장을 떠나 박 부회장이 쑨 서기를 만났다”며 “2010년 SK차이나 설립 이후 환경·도시개발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업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쑨 서기는 이어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를 방문해 김반석 부회장을 만났다. LG화학 관계자는 “톈진, 닝보 등 중국에 사업장이 많은 만큼 지린성에도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일엔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을 방문,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의 안내로 최첨단 전자제품이 전시돼 있는 홍보관 딜라이트를 둘러본다. 이후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박한용 포스코 사장, 박기홍 부사장과 오찬을 하며 훈춘 물류센터, 휘남현 강재가공센터 등 포스코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출국에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면담 일정도 잡혀 있다.

지린성은 2009년 장길도개발개방선도구(長吉圖開發開放先導區)로 지정됐다. 지난 4월엔 훈춘시의 두만강구역 국제합작 시범구가 국무원 비준을 받았다.

손경식 회장은 “지린성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자동차, 석유화학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어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 쑨정차이 당서기

산둥성 출신의 쑨 서기는 1988년 공산당에 입당, 2006년 43세의 나이에 국무원 농업부장(장관급)에 임명돼 역대 최연소 부장 기록을 세웠다. 3년 후 지린성 당서기에 올라 최연소 성 당서기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창지투(창춘·지린·투먼)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실력자로 꼽힌다.

윤정현/서욱진/김현석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