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지대가 높고 주변에 나무가 많은 서울 장위1동 빌라로 이사한 주부 정모씨(35). 아토피 피부염에 시달리던 아이는 이사한 지 1년 만에 말끔히 나았다. 정씨는 “집 바로 뒤에 오동공원이 있어 공기가 좋다”며 “언덕이 높고 10분 간격으로 지나다니는 마을버스를 이용해야 하지만 쾌적한 환경 덕에 아이가 건강해져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에코 힐링(Eco-healing)’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에코 힐링은 ‘생태학(ecology)’과 ‘치유(healing)’의 합성어로 자연을 통한 치료를 뜻한다. 우용표 주택문화연구소 소장은 “바쁜 생활에 쫓기는 도시 직장인들이 집에서 ‘휴식’과 ‘여가’ 기능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 힐링도 집 선택 기준

17일 일선 분양대행업체들에 따르면 산이나 공원 등을 끼고 있어 조용하고 쾌적한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자연을 품은 아파트 공급이 줄을 잇고 있다.

동부건설이 서울 응암3구역을 재개발해 분양 중인 ‘녹번역 센트레빌’(350가구)은 단지 뒤편으로 ‘백련산’이 병풍처럼 자리잡고 있다. 백련산(높이 215m)은 인근 주민들의 등산과 산책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최근 이곳 논골자락에 1만9500㎡ 규모의 ‘백련근린공원’이 조성되면서 생태연못과 허브원 등도 들어섰다.

인천도시공사가 인천시 구월보금자리지구에 분양한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도 그린벨트의 원형지를 그대로 보존해 높은 녹지율을 확보했다. 여의도 공원(21만5000㎡)에 버금가는 공원을 지구 내에 조성한다. 총 연장 3.8㎞ 길이의 산책길은 언제라도 집밖으로 나오면 1시간 코스의 가벼운 조깅과 산책이 가능하도록 했다. 식물원과 억새숲, 높이 8m의 인공폭포, 어린이 공원 등 ‘구월 누리길 8경’도 지구 내 산책길을 따라 조화롭게 배치한다.

지난 13~14일 1순위 청약에서 전 주택형이 마감된 서울 자곡동 강남보금자리 A6블록의 ‘래미안 강남 힐즈’(1020가구)도 쾌적한 주거환경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 경우다. 이 단지는 1순위에서 960가구(특별공급 60가구 제외) 모집에 3432명이 몰려 평균 3.58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권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있지만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3호선 일원역)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40~60대 강남권 거주자들이 대거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쪽의 대모산과 동·서·남쪽에 조성될 3개의 근린공원에 둘러싸여 마치 리조트나 전원주택단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방에도 에코 힐링 바람

친자연적인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트렌드는 지방도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달 말 울산 굴화장검지구에서 총 392가구가 분양될 예정인 ‘울산 문수산 푸르지오’는 단지 안에 아예 ‘힐링 포레스트(치유의 숲)’를 조성했다. 단지 내 중심광장에 교목 군락을 만들어 풍성한 인공 녹음을 제공할 예정이다. 정원과 소규모 텃밭 공간인 ‘터칭팜’ 등도 눈길을 끈다. 울산지역에서 우수한 생활권으로 손꼽히는 무거동생활권에 들어선다.

부산에서는 ‘부산 센텀 푸르지오’(560가구)가 단지 안팎으로 ‘에코 힐링’ 요소를 강화했다. 걸어서 10분 이내에 자리잡은 수영강을 따라 수영강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수영환경공원, 수영강 야경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지 안에는 잔디마당, 침엽수, 마로니에 가든 등으로 풍성한 녹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84㎡ 중소형으로만 구성됐다.

작년 3월 부산 북구에서 분양해 오는 6월 입주가 시작되는 롯데건설의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5239가구)는 뒤편 금정산 상계봉과 단지의 산책로가 직접 연결돼 입주민들이 언제든지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평균 청약 경쟁률 11.38 대 1, 최고 경쟁률 103 대 1을 기록했다.

경남 진주 평거4지구에 건립되는 흥한주택종합건설(주)의 ‘더 퀸즈 웰가’(1308가구)는 건폐율이 14.8%밖에 되지 않는다. 단지 주변으로 오솔길 산책이 가능한 6만7000여㎡의 드넓은 근린공원과 어린이공원이 들어선다. 진주의 자랑인 남강과 진양호도 가깝다. 전용면적 58~112㎡로 구성되며 중소형이 전체의 92%를 차지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