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포괄적인 연합방어 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외교·국방장관(2+2)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제’ 구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다만 한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해선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 MD체제 편입 아니다”

현재 한국군이 계획하고 있는 KAMD는 탄도유도탄 작전통제소와 조기경보레이더,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 등이 핵심이다. 그렇지만 PAC2 시스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같이 빠르게 날아가는 목표물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PAC3 시스템의 조속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2+2회담에서 연합방어태세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필요한 무기 확보 작업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PAC3 배치는 미국 주도의 MD 체제에 편입하는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사진)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하층방어(일정 고도 이하를 비행하는 미사일을 요격)’ 체계로 미국과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MD시스템에 편입되는 게 아니라 한국에 맞는 MD체제를 미국이 지원한다는 의미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군은 KAMD 작전통제소를 12월 구축할 예정이다.

◆미 “사거리 500㎞ 이상 안돼”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와 관련,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협의가 꽤 진전된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김 장관은 “미사일 사거리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한·미 미사일 협정에 따라 현재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300㎞, 탄두 중량은 500㎏ 이하로 제한받고 있다. 우리 군이 보유한 순항미사일은 사거리 1500㎞로 북한 전역을 사정권 내에 두고 있다. 그렇지만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파괴력이 약하고 비행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려야 한다며 1000㎞나 800㎞, 최소 500㎞ 이상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 측은 미사일 기술의 국제적 비확산 차원과 중국의 반발 등을 고려해 500㎞ 이상은 안된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장관은 이와 함께 디도스 공격, 위성항법장치(GPS)교란 등 사이버 분야에서의 북한의 위협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 안보협의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편 군 소식통은 “주한 미 2사단을 양국 연합부대로 만드는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 중”이라며 “이렇게 되면 미 2사단은 지금처럼 한강 이북에 잔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한국형미사일방어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남쪽을 향해 발사되면 이를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등으로 탐지하고, 패트리어트미사일(PAC)로 요격한다는 것이다. 한·미는 2010년 9월 ‘KAMD 체제 구축과 운용을 위한 공동연구 약정’을 체결하면서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 탄도미사일

대기권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강한 추진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형 로켓처럼 연료와 함께 산소를 내장하는 시스템을 적용한다. 장거리용이며 속도가 빠르고 파괴력이 강하다. 순항미사일은 낮게 비행, 레이더를 피하기 쉽다. 적중률은 높지만 속력이 느리다.

홍영식 기자/워싱턴=장진모 특파원 yshong@hankyung.com